이번 주 임단협 9차 본교섭 등 진행 예정···‘강대강’ 대치 상황 지속
1교대 축소 근무·주4일 근무제 등 쟁점···사측 “노동자 근무 축소 불가피”
노조 “적자 책임, 노동자에 다 떠넘겨”···다음 주 쟁의대책위원회 소집 가능성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노사 양측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강대강’ 대치 상황이 지속되면서다.
르노삼성 측은 지난해 적자가 생산 경쟁력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며 내수 실적 개선, 유럽 수출 모델 생산 비용 절감 등을 위한 ‘불가피한 희생’을 강조하는 반면 노조 측은 판매실적 부진, 생산물량 확보 부진 등 경영진의 책임이 큰 만큼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사는 이르면 이번 주 고용안정위원회, 임단협 9차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양측은 지난 9일 임단협 8차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사측이 제안한 ‘1교대 축소 근무’, ‘주4일 근무제 도입’ 등이다. 르노삼성 측은 부산 공장의 생산물량이 감소한 만큼 생산라인 가동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 공장의 생산량은 11만2171대로 전년보다 34.5% 감소했고, 올해 생산량도 약 10만대 수준(당초 예상 15만700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노동자의 근무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측은 기존 2개조(주간조 오전 7시~오후 3시 45분, 야간조 오후 3시45분~밤 12시 30분)가 8시간씩 근무하던 방식에서 주간조만 근무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줄 것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또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임단협 교섭에서 1교대 전환이 불가할 경우 시간당 생산량(UPH)을 60대(기존 45대)로 늘리고,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노동자의 추가적(주 1일) 무급휴일을 통해 고정비 지출을 감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시뇨라 사장은 임단협 과정에서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부진 속에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지출은 변동이 없어 지난 한 해 보유한 현금 2000억원이 소진됐다”면서, 비용 절감 등 내용의 ‘서바이벌 플랜’ 추진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측의 요구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난 7일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경영진의 무능에 따른 르노삼성의 실적 악화를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노조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노조는 천막농성을 시작하며 “전 세계 위기 속에서 르노삼성은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다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밝혔고, 지난 소식지를 통해서도 “회사는 노조와 논의 없이 일방적인 통보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는 물량이 있든 없든 비용절감을 위해 쫓겨 나가야하는 신세가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조는 “부산공장 영업이익률 평균은 르노그룹의 2023년 목표치의 2배, 2025년까지 그룹 목표치보다 상회하고 있다”며 “수년간 엄청난 수익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단 한 번의 적자로 인해 직원을 사지로 모는 것은 직원들을 단순 소모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또 시뇨라 사장이 언급한 시간당 생산량과 관련해서도 노조는 이미 르노삼성의 시간당 생산대수는 45대로 동종사 대비 노동 강도가 높다고 비판해 왔다.
지난 10일 부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르노삼성 경영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도 박종규 르노삼성차 노조위원장은 “(르노삼성은) 7년간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냈지만 지난해 적자가 나면서 희망퇴직으로 500명이 회사를 떠났고, 회사는 추가로 1교대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수익성 개선이 불가능하고, 르노가 떠나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기 위해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측이 1교대 축소 근무 등을 제안하고 나선 것은 지난 한국GM 군산공장 사례 등을 비춰볼 때 공장 폐쇄 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맥락이다.
지난달 쟁의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노조는 향후 파업 가능성도 또한 내비치고 있다. 노조는 다음 주 고용안정위원회와는 별개로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행보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