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아이오닉5와 EV6 출시하며 전기차 시대 개막 알려
두 차종 모두 E-GMP 기반으로 성능 비슷···“장재훈 사장과 송호성 사장 전략에 따라 승패 갈릴 것”

장재훈 현대차 사장(왼쪽)과 송호성 기아 사장이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장재훈 현대차 사장(왼쪽)과 송호성 기아 사장이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이 각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의 경영능력이 시험 무대에 올랐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제네시스를, 송호성 사장은 기아를 성장시킨 경험을 토대로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내달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할 예정이며, 기아는 오는 7월 EV6를 국내 선보인다.

두 차종 모두 현대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데다 차급도 비슷해, 사실상 제품 경쟁력 자체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두 차종은 양사 사장의 전략 차이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각사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장재훈 사장은 삼성그룹 출신으로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으로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10년만에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의 사장자리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했다.

재계 안팎에선 장 사장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오른팔로 보고 있으며, 정 회장이 직접 발탁한 인물로 알려졌다. 장 사장은 2019년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에 올라 그랜저와 제네시스 GV80 성공을 이끌었으며, 2020년에는 제네시스 사업 본부장을 맡아 G80, GV70을 흥행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제네시스 판매는 10만8384대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후 제네시스 성공의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장 사장은 2018년 부사장에 오른지 2년 만에 사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송호성 사장은 지난해 3월 박한우 기아 전 사장의 후임으로 새 사령탑에 올랐다. 박한우 사장은 지난해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사장은 갑작스레 사장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쏘렌토, 카니발 등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아 판매는 55만2400대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6.2% 성장을 이뤄냈다.

◇ 판매왕 ‘장재훈’ vs 혁신의 ‘송호성’

장재훈 사장(사진 가운데)은 아이오닉5 공개행사에 직접 참가해 차량에 대해 소개했다. / 사진=현대차
장재훈 사장(사진 가운데)은 아이오닉5 공개행사에 직접 참가해 차량에 대해 소개했다. / 사진=현대차

장재훈 사장은 2018년 부사장 자리에 오르며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은데 이어 2019년 10월부터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을 맡아 바로 다음달인 11월에 ‘더 뉴 그랜저’ 출시행사에서 첫 데뷔 무대를 밟았다.

장 사장은 당시 그랜저 판매 목표를 11만대로 설정했으나, 실제 판매는 14만5463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제네시스사업 본부장까지 맡으며 제네시스 판매를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에 현대차는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시장 침체 속에서도 그랜저, 제네시스 등 고수익 모델 판매를 끌어올리면서, 2년 연속 매출액 100조를 넘겼다.

장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아이오닉5도 판매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현대차 전기차 판매는 테슬라에 밀려 부진했으나 올해 아이오닉5를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아이오닉5는 이미 사전계약 이틀 만에 올해 판매 목표인 2만6000대 계약을 달성하며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유럽에서도 사전계약 하루만에 초도물량 3000대의 3배 이상인 1만대 계약이 몰려 완판됐다. 현 추세대로라면 아이오닉5는 올해 판매 목표 7만대를 초과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출시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인기가 계속될 경우 증산에 나서야 하는데, 증산을 위해서는 노조 합의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장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 사장은 경영지원본부장 시절 자율복장 도입, 임직원 직급체계 개편 등 현대차 조직 문화를 바꾸고 경영진과 직원 소통 무대인 타운홀 미팅을 주도하는 등 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썼다.

장 사장이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아이오닉5 증산을 이뤄낼 경우 그랜저·제네시스에 이어 아이오닉5에서도 흥행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9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향후 기아 미래 전동화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기아
송호성 기아 사장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향후 기아 미래 전동화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기아

송호성 사장의 경우 현대차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혁신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사장은 올해부터 사명도 ‘차’를 뺀 기아로 바꾸면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출시 예정인 K7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도 차명을 K8으로 바꾸며 내외관 혁신을 예고했다.

EV6의 경우 아직 티저 이미지만 공개된 상태지만, 전기차에 최적화된 역동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태의 디자인을 구현하면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독창적인 느낌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능적인 부분에서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500km를 넘기며 아이오닉5보다 긴 주행거리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 송 사장은 유럽 법인장 시절 경험을 살려 유럽 판매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송 사장이 유럽 법인장을 맡을 당시 기아의 유럽 판매는 33만9000대 수준이었으나, 2017년에는 47만3000대로 40% 가까이 늘었다.

기아는 오는 7월 EV6를 유럽에 출시한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 EV6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될 경우,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따라 추후 나올 EV 시리즈 판매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송 사장은 국내에서 선보인 구독 서비스 프로그램 ‘기아플렉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내 유럽에서 구독서비스 프로그램인 ‘기아서브스크립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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