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분야 하청 노동자들 “낙찰률 미적용 및 시중노임단가 적용 필요”
기재부 “낙찰률 미적용은 검토 대상 아냐”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정부와 여당이 2019년 2월 발전소 하청 노동자에 대한 노무비 착복 문제 개선을 약속했지만 연료환경설비 운전분야 하청 노동자들의 노무비 착복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력산업 외주화로 인해 하청 노동자들은 산업재해가 집중되는 문제 뿐 아니라 고용불안과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겪고 있다.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2019년 8월 19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24)의 죽음은 전력발전 산업의 원·하청 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진상조사 결과를 밝혔다. 또한 ‘하청 노동자의 적정임금이 보장되도록 입찰계약 시 직접노무비에 낙찰률 적용 금지, 직접노무비의 중간 착복 없는 관리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당시 특조위 발표에 따르면 일진파워, 금화PSC, HPS, 한산 등 협력사들은 공사를 통해 노무비를 정산금액 대비 40~50% 착복했다. 인건비로 지급되지 않은 노무비는 상당부분 협력사 이윤으로 착복됐다. 또 협력사들은 인건비를 경상정비와 계획예방정비 2건으로 받으면서 하청노동자 1명 만 투입하는 등 1인 2역을 시켜 노무비를 이중착복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2월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하청 노동자에게 적정 노무비가 지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20년 1월부터 2년간 발전 5사와 경상정비 분야 8개 협력사는 발전산업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적정 노무비 지급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민간협력사가 관행적으로 입찰 시에는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줄였다가 계약 이후 노무비를 다른 경비로 전용해 노동자에게 노무비를 과소 지급하는 관행을 막기 위한 조치다. 협력사가 산출내역서를 원칙에 맞게 작성해 노무비를 삭감 없이 지급하고 발전사는 현행 경상정비 공사비의 5% 만큼 노무비에 추가 지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적정노무비 시범사업은 현재 경상정비 분야 하청 노동자에만 적용되고 있다. 고 김용균 노동자가 일했던 운전분야의 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여전히 노무비 중간 착취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발전산업 안전관리방안 이행점검회의’ 민간위원 등은 10일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학영 위원장, 이성만, 황운하, 이규민 의원에게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 및 개선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운전분야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근무를 하고도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있다.

운전 분야 하청 노동자들에 따르면 현재 이들의 설계 평균 임금은 연 6177만원(4대 보험 포함)이다. 보험비를 제외한 실질 임금은 약 5000만원이다. 여기에 낙찰률 88%를 적용하면 실제 지급되는 임금은 4300만원으로 떨어진다. 또 퇴직충담금(10%)과 연차 비용도 노무비에서 빠져나가 실질 임금은 3500만원으로 낮아진다.

자료= 이성만 민주당 의원실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자료= 이성만 민주당 의원실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에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하청업체 노무비 착복 문제는 경상정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분야에도 동일한 문제다. 운전분야 적정노무비는 시중노임단가 100%를 적용하고, 직접노무비는 낙찰율을 적용하지 말아야한다”며 “또한 현재 경상정비 분야에만 이뤄지는 적정노무비 연구용역에 운전분야 노무비를 추가해야한다”고 했다.

또한 건설협회 신규 시중노임 제정에 발전전기, 기계, 제어, 운전분야를 추가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운전분야 하청 노동자의 경우 현재 정규직 전환을 추진 중이므로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직접노무비에 대한 낙찰율 미적용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운전분야 하청업체의 노무비 착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역서에 명시된 노무비 금액 그대로 실제 지급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며 “직접노무비 낙찰률 미적용과 시중노임단가 적용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태성 간사는 “낙찰률을 적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노무비가 줄어들기에 정부 대책은 효과가 떨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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