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토스 3사 신규 본인확인기관 지정 퇴짜
통신 3사의 98% 시장 점유율 지속될 전망
전문가 “인증 시장 활성화 취지와 거리 먼 결정···인증기관 추가 지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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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3사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통신 3사의 본인확인시장 독점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인증 산업 활성화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한다. 인증기관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일 방통위 및 IT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9일 제8차 전체회의를 열고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3사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본인확인기관이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고 본인을 확인하는 방법, 즉 대체 인증 수단인 CI를 제공하는 곳을 의미한다. 방통위 심사를 거쳐 지정된 본인확인기관은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CI를 제공할 수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서비스하는 패스(PASS)의 본인확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방통위는 본인확인업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물리적·기술적·관리적 조치계획 ▲본인확인업무의 수행을 위한 기술적·재정적 능력 ▲본인확인업무 관련 설비규모의 적정성 등을 심사해 본인확인기관을 지정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3사는 지난해 9월 한국무역정보통신과 함께 방통위에 본인확인기관 추가 지정 심사를 신청했다. 한국무역정보통신는 지난해 12월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3사는 이번에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되면 주민번호와 같은 민감정보를 취급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에 신규 지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이번 심사에서 방통위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비실명 계정 소유자와 본인확인 명의자가 같은지 여부를 검증할 수 없어 계정 탈취 및 명의도용 등 부정이용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사는 휴대폰 개통 서비스 과정에서 대면 인증을 거치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은 이와 같은 오프라인 창구가 없어 본인확인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만큼의 안정성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토스는 본인확인을 위한 CI를 발급할 시스템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두고 IT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증 산업 활성화 취지에 어긋나며 산업 트렌드에도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전 규제 형식의 인증 제도를 운영하기 보다는 인증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 통신 3사가 독점하고 있는 이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들이 들어와야 이용자들의 혜택도 커질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산업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결정이다. 본인확인기관 제도를 인·허가 방식이 아니라 등록제로 운영하고 등록한 업체가 문제를 발생시켰을 때 페널티를 주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물리적 보안만을 중요시하다 보니, 우려되는 문제점을 다 해소하기 전까지 (본인확인기관 추가 지정을) 못 해주겠다는 생각이 아직 강한 것 같다”며 “미국의 경우 우선 기업에 맡기고 민·형사상 문제가 생기면 기업이 전적으로 책임지게 한다. 사설 인증 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으면 우리 정부도 인증기관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만 잘 만들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존 통신사업자들의 독점이 지속되면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공인인증서를 없앨 때도 인증 산업 자체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취지를 살리려면 (본인확인기관) 추가 지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3사가 신규 지정 심사에서 최종 탈락하면서 통신 3사의 본인확인 서비스 시장 독점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현재 1000억원 규모의 본인확인 서비스 시장은 통신 3사가 98%를 차지하고 있다. 본인확인기관이 아닌 인터넷 기업들은 매년 통신사에 수백억원씩 수수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심사 결과에 통신 3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확인기관 지정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실제 이 과정에 통신 3사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박성중 의원의 법안 발의 과정에 특정 통신사가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자신들의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통신사들의 로비가 먹힌 것”이라며 “로비로 규제나 정책 또는 법안이 결정된다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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