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발급 78% 급감·‘불리온’ 채권회수 지연 등 영향···지난해 영업손실 142억원 적자 전환
매출 증가 속 적자 전환···기재부 출신 반장식 신임 사장, 비상경영 태세 갖춰 

한국조폐공사 본사 입구 전경 / 사진=이승욱 기자
한국조폐공사 본사 입구 전경 / 사진=이승욱 시사저널e 기자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속칭 '돈 찍어내는 공기업' 한국조폐공사가 코로나19의 유탄을 맞아 휘청였다. 만년 흑자 행진을 이어가던 조폐공사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코로나19에 발목이 묶인 여행객들 탓이다. 주요 수입원이었던 여권 발급이 4분의 1이상 줄면서 수익도 덩달아 곤두박질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발권 수수료 인하 조정과 특정 사업의 매출채권 회수 지연도 경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연구 등 기타사업을 제외한 조폐공사의 2020년 사업예산은 3520억원 가량이다. 이 중 주민등록증과 전자여권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할 특수품 제조 관련 사업인 ID 사업은 약 37%를 차지한다. 

조폐공사가 지난 2018년과 2019년 전자여권 발권 수는 488만권과 465만권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이 창궐해 팬데믹 현상이 닥친 지난해는 불과 104만권을 발급하는 데 그쳤다. 해외여행 제한으로 인해 국제 여행객이 감소하면서 여권 발급도 전년대비 78%가량 급감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조폐공사는 그동안 해마다 '흑자 기조'를 보였다. 알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조폐공사의 2015년 결산 기준 영업이익은 70억9000만원, 당기순이익은 61억8800만원을 기록했다. 이후 조폐공사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금액상 다소 차이를 보이더라도 일관되게 흑자를 유지해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직전해인 지난 2019년 조폐공사의 영업이익은 177억원, 당기순이익은 1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조폐공사의 지난해 잠정 영업이익은 14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10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전년(5250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증가한 5317억원을 기록했지만 남긴 이익은 오히려 역전 현상을 보인 셈이다. 

대외적으로는 지난해 조폐공사는 화폐 제조뿐만 아니라 은행권용지, 면펄프 등 신사업을 다양한게 발굴해 해외수출시장 확대를 하면서, 7년 연속 최고 매출액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매출을 뜯어보면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은 셈이 됐다. 

여권 발급량 뿐만 아니라 수수료 수입 것으로 감소도 손실에 반영된 결과로 조폐공사는 분석했다. 그동안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며 거둔 수수료도 코로나19 피해 조기 극복 지원을 위해 0.3%로 큰폭으로 낮췄다. 

이외에도 조폐공사가 금 투자 대상 상품으로 내놓은 '불리온 메달'의 영업 차질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조폐공사에 따르면 불리오 메달 영업과 관련한 거래업체에 대한 매출채권 회수 지연 이슈가 발생했다. 불리온 메달 해외 수출 파트너인 해당 업체가 국제 금값과 원화 환율을 급격한 변동에다 매출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영업 추진을 하면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조폐공사 안팎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경영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폐공사의 사업 다각화와 경영혁식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런 가운데 반장식 신임 사장의 리더십이 주목받는다. 지난달 8일 24대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반장식 사장은 행정공시 21회로 기획재정부 전신인 기획예산처 예산실과 재정기획실 등을 거쳐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냈다. 현 정부 청와대에서는 초대 일자리 수석을 맡은 바 있다. 

반 사장은 취임식 당시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딩 조폐 보안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창립 70주년을 맞은 공사가 향후 100년 동안 빛날 수 있는 공기업으로 성장하는 반석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 부서별 업무보고를 진행하면서 조직 쇄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특히 조폐공사는 '비상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하면서 조직 구성을 새롭게 했다. 

조폐공사는 △미래성장 TF(태스크포스) △HR(인적자원) TF △사업고도화 TF △불리온 사업 TF △글로벌 TF △기술발전 TF 등 6개 비상경영 TF를 구성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조폐공사는 6개 TF를 중심으로 조직쇄신 전략을 짤 계획이다. 미래성장 TF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사업구조, 추진방식 개편을 담당하는 한편 HR TF는 인적자원 육성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등을 맡는다. 

이외에도 사업고도화 TF는 주요 사업별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불리온 TF는 불리온 사업과 불리온 주화사업, 글로벌 TF와 기술발전 TF는 각각 해외 수출 고도화와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 마련에 힘쓰기로 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불리온 메달 영업과 관련한 거래업체 부실 문제는 해당 업체와 변제 약정을 맺고 매출채권을 회수 중"이라면서 "장기적으로 경영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경비 절감과 불요불급한 투자는 조정해 경영합리화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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