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이정희·이정치 대표 등 퇴임···GC는 허일섭 회장 연임 가능성 높아
상당수 업체 대표 연임될 듯···업계 “코로나 사태로 전망 불확실해 기존 경영자 유지”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셀트리온과 유한양행 등 주요 제약사, 바이오업체 최고경영자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중 일부는 교체가 확정됐거나 유력한 상황이다. 반면 나머지 대다수 경영자들은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유한양행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동국제약, 휴온스, 대원제약, 영진약품, 부광약품 등을 시작으로 제약사와 바이오업체들이 잇달아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각 업체가 주주들에게 지난해 영업실적을 보고하고, 정관 변경과 이사 선임 등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올해도 예년과 동일하게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된 제약사의 경우 해당 대표 연임 여부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유한양행 등 현 대표 임기가 조만간 만료돼 후임자가 사실상 결정된 사례를 제외하곤 상당수 업체 대표가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기존 대표에게 무게중심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지난해 최고 실적을 달성한 셀트리온의 경우 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하게 물러나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셀트리온 그룹은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가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이번 주총은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서 명예회장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이 주총에서 등기이사에 오를 예정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할 경우 서 부사장은 서 명예회장 자녀 중 처음으로 이사회에 합류할 전망이다. 업계는 서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서 명예회장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도 이번 주총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등기 임원을 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현 대표이사 퇴임과 후임자 인선이 사살상 확정된 상태다. 현 이정희 대표는 오는 2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정관상 대표이사가 1회만 연임이 가능하다. 즉 총 6년 대표이사 재임이 가능한 것이다. 이에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경영관리본부장이던 조욱제 부사장을 업무총괄로 임명, 차기 대표에 내정한 상황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최장수 CEO’로 이름을 날렸던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도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그는 대표 용퇴를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18년 동안 일동홀딩스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지난해 9년 만에 대표에서 물러났다. 이어 존 림 부사장이 승진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경영하고 있다.
GC(녹십자홀딩스)의 경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허일섭 회장과 허용준 사장 임기가 오는 27일 나란히 만료된다. 허 대표가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허은철 GC녹십자 사장과 함께 그룹 ‘공동경영’ 체제가 완성된 상황에서 허 회장 거취가 관심사다. 현재로선 허 회장 연임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파악된다. 숙부와 두 명의 조카가 녹십자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구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목된다.
대웅제약 윤재춘 대표와 전승호 대표 등 전문경영인 체제 향배도 관심거리다.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 복귀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두 대표 운명은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삼진제약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은 고령(80세)에도 이번 주총에서 다시 대표에 연임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2세 대표 기용 가능성도 관측했지만, 현행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엄대식 동아에스티 회장의 경우 역시 대표 연임 가능성이 높다. 동아에스티는 엄 회장과 한종현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기 때문에 2명이 대표로 선임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김영주 종근당 사장과 한성권 JW홀딩스 사장 등 임기가 조만간 만료될 예정이다. 2명 대표 역시 연임이 유력하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 업계 현실과 전문경영인이 많지 않다는 점, 코로나19 사태로 향후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 등을 감안, 각 제약사들이 기존 경영자를 연임시키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