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금융지주 일제히 주가 상승···KB·하나·BNK·DGB금융 등 신고가 경신
배당 축소로 악화된 주주민심 주가 상승으로 회복 기대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미국 국채 금리가 국내 금융 시장과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은행주가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코스피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결산 배당 축소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부담이 커진 각 금융그룹의 경영진들에게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KB금융, 이달 들어 10% 이상 주가 상승···신고가도 5만3000원으로 경신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지난달 말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이고 있다. 배당 축소, CEO 중징계 등의 이슈로 지난달 초까지는 주가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빠르게 회복에 성공하며 52주 신고가들을 경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달 26일 4만3800원의 종가를 기록했으나 지난 8일 4만9950원으로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14.04% 상승한 것이다. 신한금융 역시 같은 기간 3만2950원에서 3만5250원으로 6.98% 올랐으며 하나금융도 3만7050원에서 3만9950원으로 7.83% 상승했다. 우리금융 역시 같은 기간 3.44%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9일 현재까지도 각 금융지주의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의 주가는 현재 전일 종가 대비 4%가량 상승한 5만2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장중 한 때 5만3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역시 전일 종가 대비 2% 이상 오르며 4만원 대를 돌파하는데 성공했으며 장중 한 때 4만1250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우리금융도 2%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며 약 두 달만에 주가가 1만원대를 다시 회복했으며 신한금융도 1%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지방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6일 5900원(종가 기준)을 기록했던 BNK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8일 6590원까지 올랐으며 DGB금융지주의 주가도 같은 기간 7070원에서 7870원으로 상승했다. 상승률은 각각 11.69%, 11.32%에 달한다. JB금융도 이달 들어 주가가 5.66% 상승했다. 지방 금융지주들은 9일에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BNK금융과 DGB금융의 경우 신고가도 경신했다.

자료=한국거래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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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은행 수익성 개선 기대···주주가치 제고 부담 덜어

이러한 은행주들의 선전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0%대 후반에 머물렀던 미국 국채(10년물) 금리는 지난달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지난 8일 1.6%대까지 기록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은행 수익성 회복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국내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은행의 대출 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8일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일보다 0.036%포인트 상승한 2.028%로 장을 마쳤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9년 3월 7일 이후 2년만이다.

이러한 은행들의 주가 상승 흐름은 이달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주총때마다 반복되는 주가 하락 성토의 강도가 다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핵심 화두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로 금융지주들이 배당 성향을 지난해보다 대폭 낮추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지속적으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각 금융지주들은 중간 배당 등을 통한 ‘주주민심 달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주는 전통적으로 고배당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은행주) 주주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배당을 기대하면서 투자를 한다”며 “배당 축소로 인한 주주들의 불만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까지 부진을 이어갔으면 주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을 것”이라며 “최근의 주가 상승 흐름은 희소식 중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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