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민간 동일 브랜드 사용으로 혼선 가능성”···10년 지속한 브랜딩작업 차질 우려도
LG측 “LX 명칭 사용 여부 정해진 바 없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사진은 구본준 LG 고문. 한국국토정보공사의 LX CI(위)와 LG그룹이 최근 출원한 LX CI.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LX’ 상표권을 출원한 LG그룹에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공사 명칭과 유사한 이름을 쓰게 될 경우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LX는 이른바 ‘구본준 그룹’의 신규 사명으로 유력시되는 명칭이다.

9일 재계 등에 따르면, ㈜LG는 최근 특허청에 LX 관련 상표·이미지 122건을 출원했다. 출원 내용을 보면 LX하우시스·LX판토스 등이 포함됐다. 앞서 LG그룹은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 4개사에 대한 출자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지주사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LG신설지주는 오는 26일 LG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5월 출범한다. LG상사의 자회사 판토스까지 포함해 총 5개 사업회사를 거느리는 그룹으로 거듭난다. 구광모 LG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지분정리를 거쳐 구본준 LG 고문의 독자적인 영역으로 자리한다. 이번 상표출원이 구 고문의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작업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문제는 LX란 명칭을 사용하는 공공기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2012년 10월 ‘미래성장전략 비전 2025’를 선포하면서 LX란 새로운 CI를 공개했다. 지적측량사업에만 주력해 온 업무범위를 확대해, 국토정보 조사·관리지원 인프라 구축과 공간정보 시장의 활성화 및 민간기업과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전문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였다.

2015년에는 공공기관으로의 위상변화에 발맞춰 기존 대한지적공사에서 현재의 한국국토정보공사로 개칭했다. 명칭 변경 이전에는 기관명을 ‘LX대한지적공사’로 표기했으며, 이후에도 ‘LX한국국토정보공사’라 일컬었다. 2018년에는 사옥을 비롯한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한 자회사를 신설하면서 사명을 ‘LX파트너스’라 명명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LX란 브랜딩을 출범시키기까지 1년 이상 외부용역과 내·외부 전문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했다. 사실 상 10년 넘게 브랜드 개발 및 홍보활동을 지속해 온 셈이다. 자연히 동일한 이름의 민간기업 출범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공사 내부에서도 LG의 LX 상표권 출원과 관련해 상당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해진다.

한국국토정보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브랜드가 동일한데 따른 혼선 가능성이 높고, 앞서 구축해 온 브랜딩 이미지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LG 법무팀에 전달했다”면서 “LG 측은 공사가 제기한 우려에 대해 검토한 뒤 오는 10일까지 입장을 주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국토정보공사 이름 앞에 LX를 부착한 방식의 상표권은 등록했지만 ‘LX’란 명칭에 대한 상표권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특허청 등에 자문을 구한 결과 이미지의 경우 디자인이 상이할 경우 상표권 등록에 절차상 문제가 없어 LG가 LX 사명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고 부연했다.

LG그룹은 측은 “LX가 신설지주 사명으로 사용될지 여부와 관련해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국토정보공사의 LX는 Land·Location 등의 앞글자 ‘L’과 Expert·Excellence 등에 포함된 ‘X’를 조합해 공간의 가치를 창조하는 국토정보 전문기관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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