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마을, 사업시행인가 통과···구역 지정 12년 만
‘지분적립형 주택 1호’ 성뒤마을, 개발 가시화
개미마을·구룡마을, 사업 추진 위해 지자체 분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의 마지막 남은 달동네들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계동 ‘백사마을’은 최근 재개발사업의 7부 능선으로 불리는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했고, 방배동 ‘성뒤마을’도 서울시의 지분적립형 주택 1호 대상지로 꼽히며 개발이 본궤도에 올랐다. 정릉동 ‘정릉골’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했고, 홍제동 ‘개미마을’은 최근 정비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그동안 낮은 사업성으로 지지부진했던 달동네 개발사업이 최근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방침과 맞물려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사업시행인가’ 백사마을, 하반기 시공사 선정···홍제동 개미마을, 개발 재추진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원구는 최근 중계본동 104번지 일대 백사마을(18만6965㎡) 재개발 예정지에 대한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했다.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2년 만이다. 백사마을은 일반적인 재개발과 달리 아파트와 일반주택이 어우러진 주거지 보존 방식이 적용된다. 아파트는 지상 최고 20층, 34개 동, 전용면적 59~190㎡, 1953가구로 지어진다. 일반주택은 주거지 보전사업으로 지상 4층의 다세대주택 136개 동 484가구가 들어선다. 전용면적은 30~85㎡ 미만이다. 백사마을은 올해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사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내년 관리처분 계획인가를 거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완공 목표는 2025년 상반기다.

백사마을은 1967년 청계천 등에 살던 주민들이 철거를 피해 이주하며 형성됐다. 2009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을 지정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지만,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민 간 갈등으로 지체돼왔다. 2017년 7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동사업시행자로 나서면서 사업은 재추진됐다. 2019년 5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고 1년 9개월 만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따냈다. 백사마을은 전체 597가구 중 394가구(약 66%)가 이주를 완료했다. 

서울 달동네 5곳 개발 현황 / 그래픽=시사저널eDB

홍제동 ‘개미마을’은 중단됐던 개발이 재추진되고 있다. 서대문구는 개미마을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개미마을의 여건상 인근의 정비계획 해제구역인 옛 홍제4구역과 연계해 정비하거나 공공재개발을 하는 방안 등이 연구용역에서 검토될 것이라는 게 서대문구의 설명이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개미마을은 30여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주거환경이 낙후돼 있다. 2006년 3월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고 2008년 12월에는 자연녹지지역에서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되면서 재개발 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 서대문구의 요청으로 SH가 정비사업을 검토했지만 사업성이 낮아 수차례 개발에 무산돼왔다.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정릉골구역 조합은 지난해 3월 건축심의를 통과한 이후 성북구청에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접수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릉골 재개발 사업은 솔샘로15가길 50-4 일대 20만3857㎡에 지상 4층, 1400가구 규모 타운하우스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많은 대형사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산 끝자락에 위치한 정릉골은 국민대학교 캠퍼스와 정릉천 사이에 형성된 노후주택 밀집지역이다. 이곳은 1950년대 청계천과 북아현동 일대 철거로 인해 무허가주택 주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됐다. 지금도 연탄·기름보일러를 때거나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이곳은 2012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17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서울 지분적립형 주택 1호’ 성뒤마을, 개발 본궤도···구룡마을, 지자체 간 갈등으로 주춤  

강남권 대규모 판자촌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도 개발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지분적립형 모델 도입 1호 주택으로 선정되면서 개발이 가시화됐다. 지분적립형 주택은 분양가의 20~25%를 먼저 낸 후 나머지 지분을 20~30년간 분납해 소유권을 취득하는 새로운 분양 방식이다. 정부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문턱을 낮추기 위해 마련했다. 단지는 2만4110㎡ 부지에 지상 7층, 413가구로 조성된다. 이 중 105가구는 공공분양, 나머지 308가구는 공공임대로 공급된다. 착공은 내년 5월, 완공은 2023년 목표다.

성뒤마을은 1960~70년대 강남 개발에 따라 이주민이 정착하며 형성됐다. 2017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안건이 통과됐고, 2019년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지구계획 승인이 이뤄지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사업은 SH가 수행한다. 성뒤마을에선 현재 보상을 위한 물건 조사를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토지보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은 공급 규모와 임대 비율을 두고 서울시·강남구청 간 이견을 나타내면서 사업 일정이 밀리고 있다. 당초 구룡마을엔 최고 35층 주상복합 974가구, 최고 20층 아파트 1864가구 등 2838가구의 주택과 근린생활시설, 공원, 교육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주택 공급유형은 임대 1107가구, 분양 1731가구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서울시가 구룡마을을 4000가구 규모의 공공임대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강남구는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와 협의가 여의치 않자 강남구는 최근 국토부와 사업 재검토를 논의했다. 구룡마을을 공공재개발로 추진하거나 2·4 공급대책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주공1단지 건너편에 위치한 구룡마을은 1970~80년대 개포동 일대 개발로 집을 잃은 철거민 1100가구가 이주하면서 형성된 강남 최대 판자촌이다. 지금도 판잣집나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집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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