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대한항공, ‘계약시점 등 불특정’ 잠정적 합의···4500억~5500억원 매각 추정
주민 반발 속 교환토지 선정 과정 지연 가능성···서울시 “교환부지도 논의·결정되지 않은 상황”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최종 합의에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를 대신해 해당 부지를 매입하는 LH(한국토지공사)에 지급될 서울시 소유 부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물망에 오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등 부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서울시와 대한항공에 따르면, 오랜 기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송현동 부지 매각 문제를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에 잠정적으로 합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했지만,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6월 예비입찰이 불발되면서 매각 계획은 무산됐고,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 중단, 민간 매각 등을 요청했다.
예비입찰에 민간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에 부지의 가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고 고도제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등 규제로 개발 가치도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시가 조선시대 왕족 집터, 일제강점기 조선식산은행 사택, 주한미국대사 사택 등으로 이용됐던 해당 부지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만큼 매입을 통해 공원화 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민간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송현동은 애초 민간에 매각되면 안 될 땅”이라며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에서 이전부터 국가가 매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항공이 매각하기로 한 현시점에서 공공이 매입하지 않는다면, 송현동 부지는 영영 공적으로 활용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요청에 서울시는 LH가 대한항공으로부터 대신 매입하는 ‘제3자 매입’을 제안하며 한때 합의 단계에 이르렀지만 돌연 계약시점, 매각 대금 지급 시점 등은 특정하지 말자는 서울시의 제안에 합의는 끝내 불발됐다. 권익위는 조정서에서 오는 4월 40일을 계약날짜로 명시할 것을 중재한 바 있다.
합의가 무기한 지연되자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고, 이르면 다음 주쯤 최종 합의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합의서가 체결되면 LH는 송현동 부지 매각 대금으로 약 4500억~55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신 지급하게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부지는 종로구 송현동 48-9번지 일대 3만7141㎡로 당초 대한항공은 5000억원대의 매각을 원했지만, 서울시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에 따라 467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밝혀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막대한 손실 보전을 위한 자구계획으로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8000억원), 칼리무진 사업부(105억원), 골프장 운영업체(제동레저, 230억원) 등을 잇따라 매각하며 자금 확보에 힘써왔고, 송현동 부지 매각도 해당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돼왔다.
매각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매각 대금 지급 등은 지연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LH에 매각 대금 지급에 따른 부지를 제공해야 하지만, 선정 과정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LH에 제공될 부지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부지가 언급되자, 해당 지역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가 대한항공과의 합의 과정에서 계약시점과 매각 대금 지급 시점 등을 특정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도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LH와의 토지교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안은 권익위에서 조정을 통해서 협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아직까지 지역주민들의 민원 등을 들은 바 없고, 교환부지도 논의·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언급할 만한 것이 없다"며 “교환부지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향후 부지결정에 따른 지역주민 반발 등에 대한 대응·설득 계획 등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