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련 세종메딕스 대표, 단순 의약품 유통보다 ‘독자 품목’으로 시장서 승부

김철련 세종메딕스 대표. / 사진=시사저널e
김철련 세종메딕스 대표.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다른 의약품 유통업체가 하는 단순 의약품 배송도 현재 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메딕스에만 있는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다. 나만의 품목을 갖고 싶었다.”

김철련 세종메딕스 대표는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흔치 않는 인물이다. 알려진 대로 의약품 유통은 의약품을 제조하는 제약사로부터 물량을 받아 병의원이나 약국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방식은 의약품 유통업계의 전형적 형태지만, 특히 제약사 출신 유통업체 대표들은 회의론적 시각을 갖기도 한다. 다른 업체에는 없는 ‘나만의 품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유통업체는 기존 제약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특수한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곤 성공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유통업체 대표로서 독자 품목을 꿈꿨다. 이에 그가 그동안 개발한 신제품이 15개에 이른 상황이다. “가장 최근 시장에 선보인 제품은 셀렌오액이다. 성분명은 아셀렌산나트륨오수화물이다. 일반의약품이다. 미네랄 중 하나라고 이해하면 된다. 항노화작용을 하고, 암환자 치료 중에 보조로 쓰이는 제품이다.”   

여기서 김 대표 영업형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질병에 걸린 환자도 중요하지만 현재 건강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환자가 아닌 사람, 즉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쉽게 설명하면 예방의학이나 과거 중병을 앓았던 환자 사후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형태다. 그러다 보니 주사제가 영업의 핵심이 됐다. 이는 제가 의도했던 바가 아니다. 이에 주사제에 치우친 영업을 다양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준비한 것이 셀렌오액이다.”

김 대표가 셀렌오액을 개발하기 전 시장에는 독일에서 수입한 제품이 있었다고 한다. 경쟁 국내 제약사도 독일 제품과 동일한 성분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었다. “제가 개발한 제품은 손으로 직접 따서 음용할 수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경제적 의약품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싶어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2019년 대한약품공업에 개발을 의뢰, 같은 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매출이 크지는 않았지만, 시장에 자리잡았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내과와 요양병원, 일부 외과를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제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고 싶은 것은 오랜 목표였다. 직접 개발해 국내 최초로 발매한 엘아르기닌주사액이 대표적이다. 이전에는 호주에서 수입한 아르기닌주사액을 판매해왔다.” 지난 2011년부터 취급하던 수입 아르기닌주사액은 가격이 비싸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고 한다.  

“고암모니아혈증치료제인 아르기닌주사액은 수요에 비해 물량이 항상 초과됐다. 쉽게 설명하면 국내 시장은 100개가 필요한데, 호주 제조사는 1000개 공급을 요구하는 식이었다. 이에 국내 수입한 의약품 유효기간이 종료되면 어쩔 수 없이 폐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결국 판매를 3년 만에 중단했다.” 아르기닌주사액은 수입 희귀의약품으로는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요한 품목이라는 의미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던가. 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물이라는 의사들 이야기를 듣고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대한약품공업에 제품 개발을 의뢰했다. 개발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 업계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이면 제약사에 의뢰를 해놓기만 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체계적 작업을 위해 의뢰 형식을 빌렸을 뿐, 사실상 김 대표와 대한약품이 공동으로 제품 개발을 진행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 2016년 6월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이 소아 성장이나 고암모니아혈증치료에 꼭 필요하다는 전문가 이야기에 개발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개발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김 대표는 비교적 최근 개발한 두 제품 사례를 설명했다. 이들을 포함, 김 대표가 세종메딕스에서 근무하며 개발한 제품은 총 15개다. “직접 개발하거나 개발을 의뢰한 제품이다. 현재 제품 제조는 외부에 위탁을 준 상태다. 이들 품목군은 대한민국에서 세종메딕스가 판권을 갖고 있다.”

15개 제품 중 현재 매출이 가장 많은 품목은 ‘켈로코트’다. 이 제품은 쉽게 설명하면 흉터 관리용 실리콘젤이다. 지난해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물론 저도 의약품을 제약사나 주변 유통업체로부터 매입, 판매하는 일반 유통을 하고 있다. 대략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점유한다. 반면 개발 제품의 매출도 40%에 달한다.”

매출로만 보면 세종메딕스는 지난해 기준 190억원의 중소형 유통업체다. 하지만 내실은 다르다. 현재 이 회사는 전국 3000개 병의원에 납품하고 있다. 의약품 매입처는 제약사 30곳을 포함, 177곳이다. 전국에 소재한 지점을 합쳐 총 52명의 식구를 거느리고 있다. 수상실적도 적지 않다. 지난 2018년 8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 1982년 보령제약에 입사, 내년이면 약업계 40년을 맞는다. 1999년 설립한 세종메딕스도 20년을 넘겼다. 회사도 성인이 됐는데,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분야별로 성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 약업계 40년을 앞둔 그에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물었다. 지난 1984년 보령제약 근무 당시 여성청결제 ‘솔박타’ PM으로 활동하며 제품 홍보를 위해 룸살롱을 다니며 호스티스를 대상으로 건강교육을 하고 무료 견본품도 배포한 기억을 털어놨다. 늦은 시각까지 업무를 위해 룸살롱에서 시간을 보낸 그였다. 

기자가 김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8년이었다. 13년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오히려 신제품 개발 의욕은 더욱 왕성해졌다. 김 대표가 시장에 내놓을 16번째 제품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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