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 반발로 보상 지연···LH 땅 투기 논란에 협의 올스톱
인천계양, 문화재 발굴···조사기간 1년 이상, 사업 지연 우려 커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마련한 3기 신도시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토지주들의 반발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투기에 대한 전수조사로 토지보상 절차가 사실상 ‘올스톱’ 되면서다. 인천계양에선 문화재가 다수 발견돼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지주 반발로 보상 지연···하남 교산 “LH 투기 전수조사 끝날 때까지 협상 거부”
5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 진행률은 이달 초 기준 하남 교산지구가 43%, 인천 계양지구가 35%에 그친다. 남양주 왕숙지구와 고양 창릉지구, 부천 대장지구 등 세 지역은 아직 협의 보상에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보상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산정된 보상금이 토지 가치에 비해 적다며 반발하는 토지주들이 적지 않아서다. 교산지구와 계양지구에선 보상금이 땅주인에게 개별 통보됐지만, 정부가 제시한 액수에 만족하지 못한 토지주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큰 왕숙지구는 토지주 반발과 감정평가 지연 등의 문제로 토지 보상 착수가 당초 지난해에서 올해 상반기로 미뤄졌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논란이 불거진 이후 토지보상은 더욱 난항에 빠졌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모든 사업지구에 대한 직원 및 가족(직계존비속)에 대해 불법 투기 가능성을 전수조사한다고 나서면서, 보상협의가 올스톱 됐기 때문이다. 당장 정부의 토지 거래 전수조사와 예방책 마련, 수사 진행 등을 모두 감안하면 토지보상 협의는 원래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남 교산지구에선 소유주들이 토지 보상 협의를 거부하고 나섰다.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가 확인된 만큼 LH가 시행하는 교산지구도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남 교산지구의 토지주들은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3기 신도시에 대한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달 12일부터 예정된 LH의 지장물 보상과 관련한 조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주민 등 토지주 2000여명으로 구성된 하남 교산신도시 주민대책위는 “만약 LH 직원들이 교산 신도시에도 땅 투기를 했다면 이들을 대상으로 아파트 공급 등 직간접 보상이 이뤄져 원주민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며 “정부가 3기 신도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만큼 전수조사가 끝날 때까지 보상 절차를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천계양, 삼국시대 등 유물 수두룩···기초조사 기간만 1년 이상
인천 계양지구에선 문화재가 변수로 떠올랐다. 사업지에서 삼국시대와 고려·조선시대 유물이 다수 확인되면서다. 유물은 인천계양 전체 사업지 334만9214㎡ 중 26%를 차지하는 86만7669㎡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사업 시행자인 LH에 보존대책을 통보했고, 문화재 정밀발굴조사의 사전 단계인 표본조사와 시굴조사가 다음 달부터 1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시굴·표본조사는 정식 발굴에 앞선 예비조사의 성격이지만, 조사 기간이 상당하고 앞선 지표조사의 추이를 볼 때 정밀발굴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사업 추진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토지보상 절차도 아직 완료되지 않아 연쇄적인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H는 이번 시굴조사가 사업 추진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