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콘텐츠 세계 시장서 인기 확인...투자 늘리는 넷플릭스

자료=와이즈앱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자료=와이즈앱 /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원태영 기자] 단 5년 만에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넷플릭스가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질의 K콘테츠를 확보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성공 요인으로 철저한 한국 맞춤형 콘텐츠를 꼽는다. 특히 넷플릭스는 K콘텐츠의 세계적 인기를 확인, 올해도 다양한 K콘텐츠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단 방침이다.

넷플릭스는 25일 온라인 간담회를 개최, 새로운 한국 오리지널 라인업과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 경영자 겸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수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의 훌륭한 이야기와 사랑에 빠지는 것을 목도했다”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7700억원 이상을 투자해 80편 가량의 한국 콘텐츠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에 소개했다.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올해 한국에 5500억원 투자”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 생태계의 동행’ 세션에서 키노트 발언을 진행한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및 아태지역 콘텐츠 총괄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한국 콘텐츠의 위상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다”며 “넷플릭스의 역할은 창작의 자유를 바탕으로 탄생한 한국 콘텐츠만이 선사하는 특별함을  더 많은 나라의 팬들이 시차와 언어의 제약 없이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올 한해 동안 약 5500억원 가량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 액션, 스릴러, SF, 스탠드업 코미디, 시트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풍성한 한국 오리지널 작품들을 소개하며 세계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국의 뛰어난 창작자들과 함께 국내 콘텐츠 업계 위상을 더욱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또 올해 초 한국 콘텐츠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신설법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스튜디오 두 곳을 새롭게 설립했다. 이를 통해 한국 창작계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작가, 감독, 배우 등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이어진 패널 토크쇼에서 드라마 ‘킹덤’의 김은희 작가와 ‘인간수업’ 제작사인 윤신애 스튜디오 329 대표가 넷플릭스와 협업하며 느낀 창작의 자유와 성공적인 해외 진출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은 좀비라는 낯선 소재, 그리고 조선 시대라는 배경으로 인한 제작비 상승 요인으로 인해 마음에 묻어뒀던 작품이었다”며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혹시 이들과 함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작 기간 중 창작자의 의도와 자유를 존중받을 수 있었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신애 대표는 “해외에서 우리가 만든 한국의 이야기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이처럼 많은 해외 팬들과 매체의 호평을 동시에 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며 “신선하고 좋은 이야기는 국경을 초월해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이번 행사에서 현재 제작중인 다양한 K콘텐츠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네플릭스는 현재 한국 영화 ‘카터’와 ‘모럴센스’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카터는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요원 카터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이며, 모럴센스는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남자와 우연히 그의 비밀을 알게 된 여자의 색다른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이밖에도 킹덤 세계관의 이야기를 담은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 스탠드업 코미디 ‘이수근의 눈치코치’, 넷플릭스 최초의 한국 시트콤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술을 주제로 펼쳐지는 백종원의 리얼리티 쇼 ‘백스피릿’ 등 장르와 포맷을 넘나드는 다양한 한국 오리지널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다.

김민영 넷플릭스 총괄 / 자료=넷플릭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및 아태지역 총괄 / 자료=넷플릭스

◇찻잔속 태풍에서 국내 1위 OTT 사업자로

김민영 총괄은 이번 행사에서 “지난 2016년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찻잔속 태풍’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며 “한국 감독, 작가, 배우님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방송통신업계는 넷플릭스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OTT에 대한 이해도 낮았고, 무엇보다 국내 맞춤형 콘텐츠가 적어 소수의 미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유료방송 가입자가 기존 가입을 해지하고 OTT로 넘어가는 ‘코드컷팅’ 현상도 한국에서는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월 이용금액이 10만원이 넘는 미국 유료방송과 달리 국내 유료방송 가격은 2~3만원대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당수 전문가들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이후 한국 맞춤형 콘텐츠로 국내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독점 공개한데 이어 2019년 한국형 좀비 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킹덤’으로 단숨에 많은 국내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 넷플릭스는 지난해에도 ‘인간수업’으로 국내 문화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최근에도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과 영화 ‘승리호’ 등을 단독 공개하며 국내 이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한국 결제액은 지난해 5000억원을 넘어섰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은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 넷플릭스 지난해 연간 결제금액이 5173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657억원에 불과했던 넷플릭스 연간 결제금액은 2019년 2483억원으로 278%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0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넷플릭스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에서도 가장 높은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와이즈앱이 한국인 만 10세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동영상 OTT앱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넷플릭스 사용자는 758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웨이브 269만명, 티빙 237만명, U+모바일tv 226만명, 왓챠 164만명, 시즌 146만명 등 국내 OTT 사용자 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장민지 경남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넷플릭스의 5500억원 국내 콘텐츠 투자는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다. 이는 그만큼 국내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다만 이제 국내 제작 생태계는 넷플릭스 위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특정 기업에 의해 한국 제작 생태계 자체가 좌지우지된다는 점은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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