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거리두기 장기화 등으로 경기회복 더뎌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3%p↑···국제유가 상승 등에 영향
가계대출 증가폭 다시 확대···“금융안정상황 변화 특히 유의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IT 부문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가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 흐름을 보일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한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금통위에 따르면 최근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이동제한조치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더딘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9% 증가했으며 소매판매도 같은 기간 5.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은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0% 늘어났지만 산업생산이 1.6% 줄어들며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말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각각 4.6%, 7.3% 성장하며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통위는 향후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코로나19의 재확산 정도와 백신 보급 상황, 각국 정책대응 및 파급효과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경제는 완만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 등으로 부진이 이어졌으나 수출이 IT 부문을 중심으로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회복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2% 성장하는데 그쳤으나 설비투자는 0.9% 개선됐다.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1.4%로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용시장의 부진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98만2000명 줄어들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에 해당한다. 금통위는 수출 호조에 따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국내외 다양한 변수들을 감안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전망치와 같은 3.0%로 유지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1월 경제전망 이후로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미국 바이든 신정부 출범, 국제 유가 상승 등 대내외 경제 여건에 중요한 변화들이 있었다”며 “이러한 요소들을 감안해 국내 경제 흐름을 짚어본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월과 같은 3.0%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0%에서 1.3%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축수산물가격 오름세 확대에도 공공서비스 가격 하락세 지속 등으로 0.6% 수준에 머물렀지만 국제유가 상승, 점진적인 경기개선 등의 영향으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월(6조7000억원) 보다 9000억원 확대됐다. 주택매매가격 역시 수도권과 지방 모두 전월 대비 0.8% 상승했다.

이 총재는 “국내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백신 접종도 시작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금통위는 향후 국내 경제가 안정적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때까지 완화적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흐름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상황 변화에 특히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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