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공장 보유한 업체일수록 유리···中부품 탑재 땐 수출길도 쉽지 않을 듯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反)중국 행보가 눈에 띈다.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및 관련소재 등 친환경차량 밸류체인 구축에도 중국을 배척하려는 모습이다. 미국 현지투자 감행여부와 중국과의 사업연관성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온도차도 상당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반도체칩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핵심품목의 공급사슬에 대한 100일 간 검토를 진행토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지에서는 해당 항목들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임에 주목했다. 백악관 측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으나, 중국을 겨냥한 의도가 다분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를 공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트너 국가로는 한국·일본·대만 등이 꼽힌다.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관련기업 수혜가 예상되지만, 미국 행정기조에 따라 동일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 간 특수의 편차가 클 수 있다.
결과적으로 친환경정책으로 관련업계의 특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재조달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개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단순 동맹국을 통한 조달일 경우 관련 사업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미국 내 생산까지 요구한다면 수혜의 범위도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조와 관계없이 폭넓은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고 수요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텍사스주 오스틴에 자체 반도체 공장을 보유했다. 최대 19조원의 파운드리 증설투자를 고심 중이다. 미국에서 생산해 현지에 즉각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등도 유사하다. 양사 모두 현지에 배터리셀 공장을 보유했다. LG는 GM과의 배터리 합작사도 운영 중이다. SK의 조지아주 배터리셀 공장은 현지 최대 규모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리스크를 지녔다. LG는 분리막 등 일부 소재를 중국에 의존한다. SK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기밀 소송에서 패소로 현지 사업에 제약이 걸린 상태다.
삼성SDI는 미국에 배터리 팩 조립공장을 보유했다. 셀 공장은 한국·유럽 등 중심이다. 미국 내 생산을 요구할 경우 경쟁 배터리업체들보다 실익이 반감될 전망이다. 미국이 동맹국 조달방식을 채택해도 한계는 있다. 배터리는 무게·부피 등이 크다. 한국·유럽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현지에 납품하는 데 과도한 물류비용이 발생해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진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현지 배터리공장 투자를 점치지만,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알려진 계획은 전무하다.
현대차그룹은 다소 복잡하다. 현대·기아 모두 미국에 자체적인 생산라인을 보유했지만, 내연차 중심이다. 전기차는 생산하지 않는다. 전기차 라인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국 등에서 제작한 전기차를 수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또 있다. 현대차는 E-GMP 2·3차 배터리 발주 과정서 일부 물량을 중국의 CATL에 배정했다. 중국산 배터리 장착한 차량들에 대한 미국 수출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환경차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견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거나, 현지 제품생산을 위해 각종 부품·소재 등을 공급함에 있어서도 중국산 부품을 제거를 권고 받을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라 지목했다. 이어 그는 “이번 행정명령뿐 아니라 여러 정책기조가 탈(脫)중국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서 우리 기업들이 예의주시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친환경차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동시에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지속되는 분야”라 답했다. 이어 “미국의 중국 억제정책은 관련 국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을 노려야 하는 각 기업 입장에선 고심이 짙어지는 대목일 것”이라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