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서 광물자원공사·광해관리공단 통합법안 통과 예정
광해관리공단 노조, 반발 기운 거세···폐광지역 사회도 지역 발전 지원 저해 우려
일단 ‘해외자원개발’ 부채 상환 계정 별도로···산업부 “동반 부실 가능성 낮다” 주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회 상임위는 광물자원공사와 광해관리공단의 동합 법인 설립을 위한 '한국광해광업공단법안'을 상정해 수정 처리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승욱 기자]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인 공기업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출구 전략’으로 거론됐던 한국광해관리공단(광해공단)과의 통합 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법안 처리가 국회서 급물살을 탄 가운데, 향후 신설 공단에 대한 노조과 폐광지역 사회의 반발, 장기적으로는 통합 대상 공공기관의 동반 부실화 해소가 출구 전략 성공을 위한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오는 26일 열릴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광물자원공사(광물공사)와 광해관리공단(광해공단)을 통합해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설립하는 제정 법안의 최종 입법 여부가 결정된다. 국회 안팎에서는 지난 23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위) 전체회의에서 내부 진통을 겪긴 했지만 심의 의결이 이뤄진 만큼 본회의에서는 무난한 통과를 점치고 있다.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광해광업공단법안은 지난해 6월 이장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한국광업공단법안의 수정안이다. 앞선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광해광업공단법안으로 법안 명칭이 수정되기도 했지만 법안이 계류된 뒤 약 7개월 여만에 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진 셈이 됐다. 

양 기관을 통합하는 제정 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탄 것은 그만큼 통합의 한 축인 광물공사의 부실화가 심각하다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은 지난 2008년 85.4%에서 2015년 6905%로 불었다. 이후 자본잠식 상태를 거치면서 최근 들어서는 부채 비율을 계산할 수 없는 실정이 됐다. 

공공기관 공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광물공사 자산은 지난 2015년 반기 기준 6조1099억원에서 2020년 3조2866억원으로 5년 새 반토막이 났다. 반대로 같은 기간 부채는 4조원대에서 6조6517억원으로 불었다. 자산이 부채의 두배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광물공사의 경영개선을 위한 노력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MB(이명박) 정부 시절 정점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공을 들이며 투자했던 해외 자산을 매각하며 부채를 털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투자 후 회수액은 4억6110만달러로, 투자 대비 회수율이 15.4%에 머물렀다. 

특히 부채로 인한 이자 등 금융부담이 크게 늘면서 부채 증가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광물공사의 금융이자 부담이 하루 3억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공물공사 안팎에서는 광물공사의 자본잠식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올해 4월 들어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라는 패닉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우려는 현실로 될 공산이 컸다. 광물공사에 따르면 오는 4월 광물공사에 도래할 채무상환 금액이 5억달러(4조6000억원)에 이른다. 더이상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에서 채무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디폴트 선언이라는 막다른 단계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산업부와 광물공사의 주장이다. 

소관 부처인 산업부가 국회 차원의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절박한 심정으로 통합 법안 논의를 재촉한 것도 이런 이유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합은) 더이상 미룰 문제가 아니다”면서 채무불이행 상태로 접어들면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호미를 가래로 막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합 법인 설립을 위한 법안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일단 광물공사로서는 채무상환 부담에서 한숨을 돌릴 여지가 커졌다. IR(기업공개) 개선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유동성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이미 통합 대상이 된 광해공단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이후 광물공사의 부실화 문제가 거듭 제기됐지만, 자체적인 해결책 마련보다는 기관 대 기관의 통합 방안으로 귀결된 것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앞서 지난 2017년 광물공사의 구조조정을 통한 부채 해결을 위해 공사법 개정안이 당시 국회에 상정됐지만 법안처리는 무산됐다. 

광해공단 노조 측은 이번 통합법안의 국회 상임위 상정과 처리를 ‘기습’이라고 규정했다. 광해공단 우리노동조합은 “법안 상정 명분은 4월 도래하는 광물공사의 만기부채 문제이지만 (광물공사의) 부채는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면서 “2017년 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이 부결됐을 때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개정안 부결) 이후 부채상환은 요원하고 3조가 더 늘어났다”면서 “노조는 통합법안의 강행 처리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광해공단은 순자산이 1조2000억원 규모로 광물자원공사보다 작지만 금융부채는 3000억원 정도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다. 그만큼 공단 재정 상태가 견실한 만큼 광물공사와의 통합으로 내부 구성원이 느끼는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일각에서는 자본잠식 상태를 겪고 있는 광물공사와 통합할 경우 광해공단의 동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노조는 “오는 4월 도래하는 광물자원공사의 만기부채는 2017년 광물광사법 개정안이 부결됐을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노조는 “부채 상환은 요원하고 (그때보다) 3조원이 더 늘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폐광지역 주민이 우려하는 통합기관의 동반 부실은 현실이 됐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광해공단 주도의 통합 진행’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금껏 공단과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통합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공단과 폐광지역을 배제한 채 통합을 논의했다”면서 불신을 드러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지역 사회의 반발 역시 향후 통합 과정에서 넘어야 할 벽이다. 광해공단은 카지노 공기업 강원랜드의 대주주로 강원랜드는 그동안 ‘폐광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에 따라 폐광지역 7개 시·군에 폐광기금을 지정해왔다. 이에 따라 광해공단이 부실한 광물공사와 통합할 경우 재정운영 부담이 폐광지역 개발사업 추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1대 국회 들어 상임위 소위에 계류된 채 법안 처리가 늦어진 것도 지역 정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폐광지역이 많은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등이 법안 처리 지연을 하며 법안처리가 순조롭지 못했다. 

지난 23일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도 법안 처리 반대를 거듭 주장한 이 의원은 “(광해광업공단법안은) 근본적으로 (법안 처리) 해결이 안되는 법이 아니다”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강원도민 폐광지역 주민 폐특법 시효 연장을 논리도 없이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날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치면서 폐특법의 시효 연장(현행 2025년에서 2045년) 등이 조율되면서 법안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광해광업공단이 법안 제정에 따라 설립될 경우, 부실의 전이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단 법안 처리 과정에서 통합 공단이 설립되면 고유계정과 별개로 해외자산계정을 두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해외자원개발 관련 부채 운용과 상환을 두기로 한 만큼 ‘동반 부실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정부 측 주장이다. 

산업부 측은 “광해공단은 정부 출연을 받은 기관”이라면서 “사업지출보다 자체 수입이 적어 광물공단의 해외자원개발 부채 상환을 위해 광해공단의 수익이 전용될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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