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이름·소속 확인 후 사전 질문자 선정해 논란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는 25일 간담회를 열기로 했지만, 시작 전부터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측이 질문자들에게 김 의장에 대한 사전 질문 제출 시 이름, 소속 조직 등을 의무 기재케 하고, 당일 질문은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는 25일 오후 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될 온라인 간담회는 김 의장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한다고 밝힘에 따라 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 인사평가 시스템 관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열리는 간담회라는 점에서 김 의장이 입장이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 17일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이후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비롯해 카카오 인사평가 시스템에 대한 불만 글이 잇따라 게시되면서 논란이 지속됐다.

현재 카카오는 조직장 외에도 동료 직원들이 나를 평가하는 '다면평가'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이 중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항목이 있다. 이 질문에 동료들은 ▲함께 일하고 싶다 ▲상관없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판단불가 등으로 답변할 수 있다.

논란이 된 점은 동료 평가 결과를 전사 평균값과 비교해 당사자에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내부 직원들은 동료 중 나와 일하기 싫은 사람이 전사 평균 대비 얼마나 많은지 공개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간담회가 진행되지만 실제 인사평가 관련 논란은 다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간담회가 자유로운 질의응답 방식이 아닌 사전 질문자 선정 방식인 데다가, 돌발질문은 금지됐기 때문이다. 지난 16일까지 사전 신청한 직원들 가운데, 총 60명이 질문자로 선정됐으며 이 중 현장 참석은 10명, 50명은 온라인으로 준비된 질문을 한다. 나머지 직원들은 온라인으로 시청한다.

이런 방식을 두고 사내 직원들 사이에서 평소 수평적 조직문화를 추구하던 회사의 모습과는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노조 측에서도 신청했지만 단 한 명도 선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토론회를 할 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진행 방식은 다소 아쉽다”며 “사전 질문자를 꽤 많이 뽑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는 시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문제를 지적하는 내부 구성원들과 대화를 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데, 대화도 하지 않고 수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간담회가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질문자의 이름, 소속, 질문 내용 등을 바탕으로 김 의장이 답변하기 용이한 질문만을 뽑아 진행될 거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제한된 시간 내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전 질문을 받은 것이며, 현장 참석 인원을 선별하기 위해 실명, 소속 등 정보를 제출받았다고 말한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전 직원의 광범위한 질문에 전부 답변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담회 사전 질문 신청은 인사평가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마감됐다. 이를 고려하면 사전에 받은 질문만으로는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인 인사평가 관련 질의응답이 이어질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인사평가 관련 질의를 하고 싶어도 발언권이 없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번 간담회 진행 방식에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 의장은 카카오 창업 당시부터 수직적 구조의 직급 체계를 없애는 등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영어 호칭, 모든 정보 공개,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같은 제도 도입에도 그의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재산 기부 방식 아이디어 공유라는 좋은(?) 취지로 마련된 간담회가 김 의장의 ‘불통’이라는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토론 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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