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A씨 준강제추행 무죄 판결 파기환송
구성요건인 ‘심신상실 상태’ 다시 심리하라는 취지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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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성범죄 피해자가 음주 후 이름을 말하고 스스로 걸었어도 ‘심실상실 상태’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면 안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공무원 A씨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2월 24일 새벽 술에 취해 심실상실 상태에 있는 초면의 피해자를 모텔로 데려가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10월을 선고했지만, 2심은 “피해자가 의식상실 상태가 아니었고 그 후 기억을 하지 못할 뿐”이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알코올의 영향은 개인적 특성 및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지는 않고 스스로 걸을 수 있다거나,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는 등의 행동이 가능하였다는 점만을 들어 범행 당시 심신상실 등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짧은 시간 다량의 술을 마셔 구토를 할 정도로 취해있었고, 처음 만난 피고인과 함께 모텔에 들어가 무방비 상태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며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피해자는 추행 당시 만취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또 “피해자가 만취해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관계를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원심 판결은 준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은 ‘심신상실 상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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