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 코오롱, 지난달 19억원 최고가···전년 동기 대비 3억 넘게 올라
90년대 준공된 아파트 중심으로 사업 추진···대형사 물밑 경쟁 활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공급 부족 우려와 정비사업 규제까지 겹치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가치를 높이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입지가 우수한 단지들의 경우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몸값이 치솟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문정동 문정건영아파트는 리모델링사업 시공사 선정이 임박했다. 앞서 진행된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되면서 GS건설과 수의계약을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리모델링 조합 설립 동의서를 받은 지 한 달 만에 설립 요건을 충족했을 정도로 사업 속도가 빠르다. 집값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정건영의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4억원(15층)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2월(11억원·14층) 대비 3억원 가량 오른 금액이다. 1993년 준공된 이곳은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기존 545가구에서 626가구로 탈바꿈한다.
용산구 이촌동 코오롱아파트 역시 리모델링 추진 소식에 집값이 치솟는 분위기다. 이 단지는 전용 84㎡가 지난달 18억9500만원(11층)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월 같은 평형대가 15억4000만원(14층)이 거래됐음을 감안하면 1년 새 3억5000만원 이상 뛴 것이다. 1999년 준공된 코오롱아파트는 이촌 강촌아파트(1998년 준공)와 공동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두 단지(코오롱 834가구·강촌 1001가구)의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2100가구 규모 단일 브랜드 단지로 탄생하게 된다. 아직 추진위 단계지만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 등 대형사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동의율이 70%로 조합설립 요건(66.7%)을 초과한 만큼 올해 여름 조합을 설립하고, 연내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는 게 추진위의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태영아파트도 조합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진위는 이달 말 리모델링 설계안을 받을 받는 대로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징구할 계획이다. 이 단지 전용 84㎡은 15억원(22층)에 거래되면 지난해 2월 거래가(12억1000만원·18층)보다 2억9000만원 상승했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현재 1992가구가 2200가구 규모로 탈바꿈하게 된다. 리모델링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현대건설과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사 들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통합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동작구 사당동 ‘우성2·3, 극동, 신동아4차’(우극신·4396가구)는 조합 설립이 임박했다. 이곳은 지난해 10월부터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아 약 5개월 만에 동의율 50%를 달성했다. 올 상반기 내 조합 설립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극신 중 지하철역과 가장 가까운 우성2차는 전용 84㎡가 1년 새 2억원 넘게 올랐다. 이 곳은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되면 5060가구 규모의 단일 브랜드 단지로 탈바꿈한다. 일반분양 물량만 660가구인 데다 서울 지하철 4·7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과 가까워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등이 난지 내 현수막을 걸고 표심 경쟁에 돌입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들이 잇따라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덜한 데다 사업 절차가 간편하고 속도가 빨라서다.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이 67%로, 재건축(75%)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다. 또 늘어나는 가구 수가 적기 때문에 재건축과 달리 용적률이 높아도 추진 가능하고 추진 가능 연한도 준공 후 30년 이상인 재건축의 절반(15년 이상)에 불과하다. 안전진단도 최소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수평증축 C등급, 수직증축 B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업계에선 90년대 후반에 준공된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풀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20~30년차 아파트들의 리모델링 사업 참여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며 “과거 재건축 단지가 집값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리모델링 단지가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