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산업·수출입銀, 지난해 일반 정규직 405명 채용···장애인 직원 비율 1.48%
기은·산은, 국감에서 수 차례 지적···기은 “별도 채용 인원, 공시 통계에 포함 안돼”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최근 수년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이 은행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들이 여전히 사회 취약 계층 보호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공공기관 장애인 고용촉진 방안’을 마련하는 등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간 것과는 반대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들은 오히려 일반 정규직 채용에서 장애인 고용을 전년보다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은행의 경우 공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 채용을 통해 장애인 고용비율은 점차 높여가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7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이 신규 채용한 일반 정규직 직원의 수는 총 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8명)보다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기업은행에서 4명의 장애인 직원을 고용했으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1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3개 은행이 지난해 채용한 총 직원 405명 중 장애인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48%에 불과하다. 고용 비율 수치도 2019년 기록한 1.56%(511명 중 8명)보다 소폭 악화됐다.
일반 정규직이 아닌 인턴 채용 부문에서는 장애인 고용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3개 은행이 총 6명(수출입은행 5명, 산업은행 1명)의 장애인 인턴 직원을 채용했지만 지난해에는 총 9명(수출입은행 8명, 기업은행 1명)의 장애인 인턴 직원을 채용했다. 다만 모든 인턴 직원이 채용형이 아닌 체험형으로 채용됐기 때문에 고용 안정 측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책은행들의 이러한 채용 형태는 ESG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장애인 고용촉진 방안’을 마련한 후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전체 공공기관에 통보한 바 있다. 새로 마련된 촉진 방안에 따르면 직전 2년 연속으로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의무고용비율(3.4%)에 미달하고 최근 연도의 고용률이 의무고용비율의 80% 미만인 기관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또한 고용실적 평가 최저점(0점) 기준을 기존 ‘장애인 고용달성률 80%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확대했다.
특히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 2019년 국정감사 당시 장애인 고용 관련 문제를 이미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두 은행은 국회로부터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준수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을 요구 받았으며 각각 시정 조치 결과와 향후 추진 계획 등을 공시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별도채용, 신입행원 공채 장애지원자 우대 등 다각적 노력을 통해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을 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산업은행은 은행채용의 모든 전형에서 가산점 부여를 지속하고 지난해 하반기 장애인 특별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국감에서도 두 은행은 의무 고용비율을 맞추지 못하며 동일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받았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은행의 장애인 고용비율은 3.04%로 나타났으며 산업은행은 1.60%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오히려 장애인 고용비율이 2018년(1.90%)보다 하락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장애인 의무고용은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공공기관이 의무고용을 준수하지않고 부담금을 납부했다고해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기업은행은 장애인 별도 채용을 통해 지난해 말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충족시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공시 상에는 별도 채용 인원이 포함되지 않아 장애인 채용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지난해 별도 채용을 통해 약 60명의 장애인 직원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의무고용 비율을 맞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