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줄이고 올해도 또 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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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불통 문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여전한 가운데, 이동통신사들이 올해도 설비투자비를 줄일 것으로 보여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비투자비(CAPEX)를 줄일 예정이다. 5G 품질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 축소에 따라 올해 5G 품질 개선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 성격의 유인책만으로는 투자를 촉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5G 품질평가에서 서울 지역 5G 커버리지는 79%인 반면 78개 중소도시의 커버리지는 전체 면적의 8%에 불과했다.

앞서 2018년 정부는 이통3사에 5G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올해까지 의무적으로 28㎓ 대역 기지국을 1만5000대씩 구축하도록 했다. 또 5년 내 28㎓ 기지국 10만개 설치도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용화할 수 있는 28㎓ 대역 기지국은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5G 이동통신 서비스는 3.5㎓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 것으로, 이통사가 홍보한 20배 빠른 속도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가운데 이통 3사는 최근 진행한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CAPEX 규모를 전년과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G 품질 개선에 들어가는 투자금액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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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 설비투자비(CAPEX) 비교. / 그래픽 = 김은실 디자이너. 자료 = 각사 종합

SK텔레콤은 올해 CAPEX 가이던스(목표치)를 별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CAPEX 수준 내에서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T는 올해 CAPEX를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B2B 관련 망 투자를 늘린 반면 가입자망 투자를 줄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B2C 영역 망 투자는 감소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CAPEX 가이던스로 2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제시한 2조5000억원과 비교해 12%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통사들이 5G 불통 문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 팀장은 “4월이면 5G 상용화 2주년인데도 아직 6개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기지국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LTE 대비 2만~3만원 비싼 5G 요금제를 쓰면서도 LTE 우선 모드로 두고 써야 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5G 불통 관련 소비자 불만 및 민원이 늘어남에 따라 사업자들의 고민도 많은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이통사가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받을 때 약속했던 것이 있기 때문에 투자는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통 3사는 지난해에도 CAPEX를 전년 대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빌딩 구축이 어려웠다는 점과 5G 상용화 첫해인 2019년 네트워크 집중 투자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이통사들의 해명이다.

SK텔레콤 2조2053억원(전년 2조9200억원), KT 2조8700억원(전년 3조2570억원), LG유플러스 2조3805억원(전년 2조6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3%, 11.9%, 8.7% 줄었다.

이처럼 이통사가 설비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정부가 이통사의 5G 전국망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세액공제 확대 등 정책 추진에 나섰다. 5G 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기존 2%에서 3%로 확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책을 두고 정부가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액 공제 등 정책만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게끔 압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주호 팀장은 “현재 가입자가 6000만명에 달하는 통신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생활필수품과 다름없다. 정부가 세액 공제와 같은 ‘당근’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통사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통사가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하게끔 정책적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 제공을 넘어서 사업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민수 교수는 “정부가 어떤 인센티브를 줬으면 기업이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그 효용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오히려 사업자들이 망 투자를 할 수 있게끔 일관된 유인책을 마련하는 등 정책적 불확실성 해소가 중요하다. 주파수 경매가를 높게 부른다거나 통신비 인하를 강제하게 되면 투자 촉진 효과가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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