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인식차이가 아닌 정치 체제 차이에서 비롯 판단
자유주의 질서 와해 우려···우리 정부에 협력 강화 요구 전망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가 더 이상 중국과 함께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군사적인 팽창과 공세적 외교,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와해하려는 시도가 미국이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13일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의 ‘바이든 정권 초반 대중 연합 전선 구축으로 나가는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미중 갈등은 트럼프 정부에서의 특이한 대중 인식에 기인한다기보다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 축적되어온 대중국 인식에 기인하기 때문에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미중 사이의 문제는 특정 현안에 대한 양국의 인식차이가 아닌 양국의 정치체제에서 비롯됐다.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해결 방안이 제시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 센터장은 “미국은 근본적으로 중국의 체제차이로 인해 더 이상 중국과 같이 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미국이 중국을 위협 요인으로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중국이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오면서 미국의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꾸준하게 감소시켰다. 여기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물리력으로 제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이 지역 패권에 도전한다고 봤다.
중국은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 중 국가 경영(거버넌스)이 취약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공세적 외교를 펼치고 있다. 특히, 거버넌스가 취약한 국가들의 엘리트 그룹과 정권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약탈적 차관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이들 국가의 주요 군사시설 사용권들을 획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 온 자유주의적 질서를 자신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질서를 관장하는 국제기구들을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고 자유주의적 질서를 와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지난 십수년간 중국이 미국이 추구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국제기구들을 몰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미국은 과거 비민주주의 국가들을 국제기구 하에 편입해 그들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따르도록 해 나갔다. 중국이 이러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것을 넘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국제기구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인식하에 미국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인도-태평양 전략, 그리고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등을 통해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보고서는 “바이든 정부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복원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협조 요청을 강화할 것”이라고 봤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이미 다자외교의 장에서 미국의 역할이 복귀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군사 및 안보 분야에서 매우 강하게 형성돼 있다. 오바마 정부 2기 때부터 근본적으로 변화해온 대중국 국방 및 안보 정책의 방향은 지속되고 있는데, 트럼프 정부를 지나면서 국무부 및 국방부의 관료 집단과 군에서 더욱 강화됐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우 센터장은 “올해 초반 바이든 정부의 외교는 대중국 연합 전선 구축이 하나의 큰 축을 이룰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정치적인 결정보다는 의사 결정 과정의 절차를 중요시하는 바이든 정부는 군의 상황 평가를 매우 존중하는 의사결정을 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는 미국 군에서 실존적 위협의 증가 과정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예산 배정 등의 과정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정치적 임명자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방 및 안보 분야의 대중국 강경책은 현재보다 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차원에서 한일 간의 문제가 단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미국은 한일간 역사문제와 별개로 한국의 안보 협력 부분에서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소미아는 물론, 다방면에 걸쳐 한국의 군사적 협력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 센터장은 “우리가 한미일 안보 협력 및 군사 훈련을 포함한 역내 안보 협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지속할 경우, 한일간 역사 문제를 넘어서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 공유 차원에서 미국이 부정적 인식을 키울 것”이라며 “무엇보다 올해 우리와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과 한국의 정치적 시계가 다르다는 데에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정치적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 올해 내에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급박성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