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1000조원 돌파, 2023년에서 1년 앞당겨져
전문가들 “적자 재정 자체가 나쁜 건 아냐”
코로나 피해 장기화에 무기력한 상황···“알려지지 않는 피해 계층 지원 필요” 

서울 강북구의 한 호프집에서 사장이 영업 준비를 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북구의 한 호프집에서 사장이 영업 준비를 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정부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예상보다 늘어나는 나랏빚에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 피해 정도를 꼼꼼하게 따져 더욱 정교하게 예산을 집행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국가 채무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가 채무는 내년에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발표에서는 2023년에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1년 만에 나랏빚 1000조원 시대가 1년 앞당겨졌다. 

국가 부채가 치솟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피해 업종들은 재난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한계 상황까지 몰려있어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소규모 학원을 운영하는 A씨(40)는 설 연휴를 맞는 마음이 무겁다. 수강생과 1대 1 첨삭식 강의를 하는 특성상 직접 대면해서 가르쳐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부터 사실상 개점휴업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1년 매출이 300만원이 채 안됐다. 수강료를 여러 차례 낮추고 프로모션도 진행했지만 코로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며 “도저히 방법이 없어 올해 초부터 온라인으로 무료 강의를 진행하면서 활로를 찾으려고 있는데 어찌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종은 학원, PC방, 헬스장, 외식업, 노래방, 당구장, 카페 등 광범위하다. 이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정부의 계속되는 집합 제한으로 반쪽짜리 영업을 하고 있다. 상당수 업체들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지만 가게 문을 닫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사업을 정리하려면 시설 투자와 원상복구, 계약기간 파기로 인한  비용 등이 필요하고, 코로나로 인한 사업자 대출을 받은 경우 폐업을 하면 일시에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형편이다. 

피트니스 업계 관계자는 “헬스장은 직장인 고객들이 많다. 이들은 보통 퇴근 뒤 저녁을 먹고 오기 때문에 8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몰리는데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9시에 문을 닫아버리니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폐업을 할 수 도 없고 운영을 하자니 계속 적자에 시달리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손실 보상은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긴급 대출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뉴스 보면서 한숨만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고위험시설인 실내체육시설은 가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헬스장이 고위험 시설이란 프레임까지 씌워져 더 힘들다”며 “따지고 보면 헬스장 시설에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지는 않았다”고 호소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정부와 여당은 재정 부담에도 확대 재정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재부도 올해 업무계획 발표에서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재정건전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정부의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가 부채 증가는 국가경제에 분명 부담을 주지만 코로나 사태라는 비상시국임을 고려해 적자 재정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도록 건전성을 지켜야겠지만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 때는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치보다 현실을 보고 재정을 실효성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빚을 내는 것 자체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국가 채무 비율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이걸 떠나 지금은 재난시기이기 때문에 재정정책에 있어 확장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지원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야 정부가 추후 부담을 줄이고 경기가 제대로 돌아가면 정부 수입 증가분으로 그간 부채 부분을 메울 수 있다. 이렇게만 되면 채무 비율이 좀 더 올라간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코로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계층들에 대한 지원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코로나로 우리 사회에 잠재적 불안요인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잘 보이지 않은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고용문제가 대표적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해야 하는데 기업들은 채용을 줄이고 있다. 청년들이 구직을 하지 못하는 게 당장 손실로 보여지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 교수는 “기업의 채용 감소는 기존 취업자에게도 문제지만 새로운 사회에 나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겐 더 큰 타격이다. 정부는 기존의 고용도 지켜가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기회를 주고 고비를 넘길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며 “코로나가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 경제 위축이 덜 가도록 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 장기전을 생각한다면 경제 위축을 계속 가져갈 수는 없다”고 했다. 

현재 경제를 제어하는 부분을 조금 풀어주면 경제 활동이 훨씬 활발해 질 수 있다. 방역을 철저하게 하면서 방역수칙을 세밀하게 분석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한다면 정부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정치권에서는 지금보다도 정부 예산을 더욱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실익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분별한 돈 풀기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앞뒤가 안 맞는다. 코로나 관련 재정은 정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전 국민에게 준다는 얘기를 또 한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상당수 부자들은 돈을 더 벌었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다 돈을 뿌리는 건 옳지 않다. 올해 선거 때문에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재정을 인기 영합적으로 쓰면 안 되고 그럴 정도로 정부 재정이 여유롭지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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