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2구역 추진위, 용적률·분양가·층고 등 정부 제안에 난색
“사업성 떨어지면 민간 재개발로 선회해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기존 민간 재개발 계획에서 높이는 35층에 층고는 141m로 돼 있었어요. 그런데 정부가 제안한 계획안을 보면 층고는 130m 이하로 줄고, 층수는 40층으로 늘었어요. 아파트 동 수도 6개 동보다 많은 8개 동을 제안했고요. 한마디로 구겨 넣겠다는 거지요. 닭장 같은 아파트가 될 겁니다.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 조합원이나 새로운 입주자들의 주거환경은 악화되겠죠.”

이진식 흑석2구역 재개발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정부의 제시한 조건대로라면 사업성이 떨어지고 주거 쾌적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흑석2구역은 정부의 첫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이곳은 후보지 선정 이후 국토교통부와 분양가 용적률·층고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큰 변화가 없을 경우 민간 재개발로 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흑석2구역은 당초 정부가 제안한 조건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지고, 주거 쾌적성도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흑석2구역 재개발 조합설립취진위원회 사무실 전경 / 사진=최기원 PD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기대감이 컸다. 이곳은 2008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선정된 이후 12년간 재개발이 지지부진했다. 현재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단계다. 추진위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사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공재개발은 공공이 시행사로 참여할 경우 용적률 상향, 분양가 상한제 제외 등 인센티브를 주는 정비사업 방식이다. 사업 관련 심의 절차도 크게 단축된다. 공공은 규제 완화를 해준 만큼의 물량을 공공임대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안한 공공재개발 계획안은 흑석2구역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분양가다. 정부는 추진위에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의 60~65% 수준으로 분양가를 제시했다. 흑석2구역 인근 흑석 아크로리버하임, 흑석한강센트레빌 등 신축 아파트들은 3.3㎡당 6000만~7000만원 수준이다. 흑석2구역의 경우 주변 시세의 60%~65%를 책정하면 분양가는 3.3㎡당 3200만~3500만원으로 예상된다. 흑석2구역은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0~85%로 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에선 일조권들을 이유로 용적률 480%를 적용해 1310가구를 짓는 방안을 제시했다. 흑석2구역에서 기대했던 용적률보다 150%포인트 낮은 수치였다. 정부의 공공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에 따르면 공공재개발은 국토계획법 상한 용적률의 120%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데, 준주거지역인 흑석2구역은 상한 용적률이 500%다. 추진위는 용적률이 600%까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진식 흑석2구역 재개발 조합설립추진위원장 / 사진=강수지 PD
이진식 흑석2구역 재개발 조합설립추진위원장 / 사진=강수지 PD

이 위원장은 “분양가가 예상보다 낮게 선정될 경우 조합원들의 1인당 추가분담금은 수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곳은 외지인 비율이 15% 정도로 원주민이 많은데 이대로라면 다른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은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소유주들 입장도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층고와 층수도 추진위의 예상과 달랐다. 정부는 층수 40층, 층고는 131m로 낮추는 계획안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에 고시된 35층, 141m보다 더 낮은 것이라는 게 추진위의 설명이다. 아파트 동 수도 추진위가 민간 개발로 계획했던 6개 동보다 많은 8개 동(40층 4개 동, 35층 4개 동)으로 구성됐다. 추진위는 정부의 계획안대로라면 닭장 같은 빽빽한 아파트가 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흑석동 재개발 사업 현황 / 그래픽=시사저널e DB

추진위에선 정부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민간 재개발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흑석 2구역은 현재 조합설립 동의율이 70%다. 5%만 더 받으면 조합설립 요건(75%)을 채울 수 있다. 이 위원장은 “민간 재개발보다 손해라면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급한 건 정부다. 흑석2구역은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8개 지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한강변에 위치한 덕분에 공공재개발을 진행할 경우 상징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흑석2구역이 공공재개발 사업을 접을 경우 나머지 후보지들도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현재 흑석2구역에 제시한 조건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흑석2구역에 당초 제안한 조건들은 확정된 게 아니다”며 “향후 국토부와 서울시 협의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흑석2구역은 한강변에 위치해 공공재개발 후보지 중 입지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흑석뉴타운 내에서도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과 붙어 있는 유일한 역세권 사업지다. 사업지 대부분이 평지라 사업성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약 300가구에서 1310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