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문가들 “변이 바이러스 확산 시 유행 가능성 높아져”···신속한 백신 접종과 설연휴 거리두기 유지 통해 확산 막아야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방역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들이 육군 검역지원단으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로 4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방역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들이 육군 검역지원단으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오는 3월이나 4월 경 코로나19 4차 유행이 우려된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진행된 코로나 3차 유행이 올해 들어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다 현재는 300명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당분간 확산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오는 3월이나 4월 경 또 다시 코로나 4차 유행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같은 예측은 변이 바이러스 출현 등 일정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것이다. 실제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오는 3월 4일부터 4월 23일 사이 4차 유행이 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정 교수 분석에 따르면, 1차 유행 정점이었던 지난해 3월 3일부터 2차 유행 정점인 8월 26일까지 176일이 걸렸다. 2차 유행 정점에서 3차 유행 정점까지는 120일이 소요됐다. 현재 3차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4차 유행이 오는 시기 역시 더 짧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유행이 거듭될수록 각 유행 사이 간격은 짧아지고, 규모는 더욱 커진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같은 정 교수 분석에서도 변이 바이러스는 등장한다. 현재 3차 유행이 주춤하지만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 탓이라는 지적이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기했지만, 4차 유행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약 변이 바이러스가 없다면 설 연휴 이후 일부 확진자 증가만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3월 이후에는 기온이 올라가고 실내 생활이 줄어 확진자가 감소될 수 있는데, 변이 바이러스가 최대 변수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영국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있는데 미국의 경우 전체 확진자의 5%대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면서 “변이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평균 40% 이상 빠르고 치명률도 높으며 확진자 중증도도 올려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영국이나 남아공 수준은 아니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꽤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제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시작이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설 연휴 때 민족 대이동과 함께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감안하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4차 유행은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적절한 대비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 해외에서 유입되고 있다”면서 “현재 (변이 바이러스는) 80명이 확인됐으며, 발견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설 연휴 때 변이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있으며, 영국 사례를 보면 발견에 1달 이상 결렸다”면서 “한국의 경우는 (발견에)2~3주가량 소요돼 시점 등을 감안하면 3월이나 4월 경 (변이 바이러스 중심의)4차 유행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백신 수급이 중요하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에 약한 반면 러시아 백신은 상대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더 효과가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차 유행은 방심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다”며 “3월이나 4월은 긴장이 풀릴 수 있는 시기”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정재훈 교수 지적대로 유행 간 간격은 짧아지고 파고는 높아질 수 있다”며 “해외 다른 국가도 그런 패턴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준수 등 국민들 대처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어떤 형태로든 4차 유행은 반드시 온다”며 “신속한 백신 접종 등 (유행에)철저하게 대비하면 유행 진폭이 작아지고, 반면 대비가 부족하면 진폭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 4차 유행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이는데, 백신 접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국민과 정부가 2월과 3월 준비를 잘해야 한다”며 “마지막 고비인 설 연휴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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