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생명, 작년 즉시연금 비용 처리 등으로 마이너스 실적 내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34% 급증
생보업계 1조원 대 즉시연금 소송 결과 따라 비용 커질 우려↑

KB생명 실적이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즉시연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보험업계의 즉시연금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KB생명보험이 지난해 보험영업과 투자영업에서 호실적을 내고도 즉시연금 충당금 적립 등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재 생보업계는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관련해 가입자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마다 1심 결과가 엇갈리고 있어 패소로 인한 막대한 비용이 추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생명, 작년 수입보험금 역대급 증가에도 적자 전환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생명은 지난해 23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 순이익(160억원)과 비교하면 한 해만에 순익이 크게 감소했다. KB생명은 KB금융그룹 계열사 중 데이터시스템(17억원 적자)과 함께 적자 계열사에 이름을 올렸다. 

KB생명의 적자 원인은 일시적 비용 발생으로 분석된다. KB생명은 지난해 즉시연금보험 관련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금융감독원이 KB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39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어 이에 달하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쌓은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이 충당금을 제외하면 KB생보의 이익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까지 KB생명의 수입보험료는 1조713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증가했다. 수입보험료 증가율에선 KB생명이 24개 생보사 중 가장 높았다. 빅3 생보사(삼성생명의 수입보험료 증가율 -1%, 한화생명 11%, 교보생명 12%)와 비교해도 지난해 KB생명의 보험 영업 실적이 좋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KB생명의 수입보험료만 아니라 작년 신계약액도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초회보험료(보험 가입 후 첫 납입 보험료)도 같은 기간에 9% 늘어났다. 투자영업수익에서도 KB생명은 지난해 2987억원 이익을 냈다. 1년 전보다 9% 증가한 규모다. 투자영업수익 증가율은 업계 평균(3%)을 상회했다. 

하지만 KB생명의 전체 실적은 연말에 와서 16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의 주된 원인은 즉시연금과 관련한 대손충당금 적립이다. KB생명은 동양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와의 1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미리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손실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KB생명의 즉시연금 약관과 동양생명의 약관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생명 관계자는 “회계감사와 법무법인 등의 검토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본사와 비슷한 (즉시연금 관련) 보험약관을 가진 보험사들도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생명의 지난해 수입보험료 및 투자영업수익 추이. / 이미지=시사저널e

◇생보업계, 1조원 대 즉시연금 관련 소송 중

즉시연금은 보험 고객이 이 상품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하며 매월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고객은 상품 만기가 되면 처음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보험사가 매달 연금에서 사업비 등을 차감한 뒤 나머지 금액을 지급하면서 발생했다. 가입자들은 차감 사실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다며 차감된 금액을 모두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보험사 측은 보험료 산출방법서·상품설명서 등 상품 기초서류에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하지만 금감원은 약관에 기재되지 않았다면 소비자가 알 방법이 없었다며 보험사에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했다. 가입자들도 약관 미기재, 설명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보험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즉시연금 가입자와 소송을 진행 중인 보험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KB생명 등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금 미지급액은 삼성생명 4200억원, 한화생명 850억원, 교보생명 640억원 등 생보업계에 총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심 소송의 결과는 보험사마다 다르게 나오고 있다. NH농협생명과 관련해선 작년 9월 법원이 1심 판결을 통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농협생명 약관에 만기 환급금 적립을 위한 연금액 차감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의 즉시연금 1심 소송에서는 원고인 가입자가 승소했다. 삼성생명과 함께 KB생명의 약관은 동양생명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즉시연금 미지급 관련한) 충당금 적립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고 소송이 끝나야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소송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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