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이익 반하는 경우, 최종판결 60일 내 美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
“최종판결 결과와 바이든 행사 여부 결론나면 LG-SK 협상 재개될 것”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기밀 침해 여부를 둘러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ITC)이 오는 1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ITC 최종결정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 행사기한은 판결일로부터 60일 이내다. LG에너지솔루션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소 불리한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패소 판결을 받아들이더라도 바이든의 거부권이 남아 있는 만큼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 첫 임기동안 2400조원 규모의 친환경에너지정책에 투자하는 방안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기차·배터리 사업을 포함해 에너지저장장치(ESS)·소형원전 등이 골자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미국에서 생산될 포드·폭스바겐 등의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미국 내 최대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 공약실현의 열쇠로 평가된다. 이번 ITC판결에서 SK가 패소할 경우 미국 내 사업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테슬라를 필두로 전기차 분야서는 미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배터리 분야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경제갈등이 정권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파나소닉의 현지 배터리공장은 테슬라에 집중된 탓에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공약을 실천하는 데 SK이노베이션 공장 가동이 절실한 상황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은 내년 초 1공장, 이후 2공장 가동이 개시된다. 3·4공장 설립투자도 계획됐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ITC 최종판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여부를 지켜본 뒤 합의에 나설 것으로 예측한다. 두 회사는 로열티를 둘러싼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사실 상 결렬된 상태로 알려진다. ITC 최종판결과 바이든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협상 승기도 특정 업체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수조원의 로열티를 요구했으나, SK이노베이션이 생각한 금액은 수천억원에 불과해 양측의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면서 “재판 결과에 따라 사업적 타격이 크기 때문에 ITC 최종판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추후 재개 될 협상에 반영될 것”이라 분석했다.
한편, ITC는 당초 지난해 10월 5일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었다. 같은 달 26일, 12월 10일 등에 이어 오는 10일까지 세 차례 연기됐다. ITC 측은 구체적인 연기사유를 밝히진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심의기일이 순연됐기 때문일 것이란 의견과 심사과정에서 추가논의 필요성이 대두됐을 것이란 해석으로 양분된다.
단순 순연일 경우 LG에 유리하다. 앞서 ITC는 한 차례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SK의 소명으로 재심의가 이뤄졌지만, 번복 전례가 없던 탓에 LG에너지솔루션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평이 주를 이룬다. 추가논의 필요성에 따라 연기됐을 경우 앞선 조기패소와 상반되는 이슈를 ITC 재판부가 포착했다는 의미로, SK이노베이션에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