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DL이앤씨에 시평1위 삼성물산까지 기웃
롯데건설 시공권 사수 의지 여전, ‘구관이 명관’ 재결합 가능성도 주목

8월 중 시공사 재선정 예정인 흑석9구역 위치도 및 구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제시한 조감도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8월 중 시공사 재선정 예정인 흑석9구역 위치도 및 구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제시한 조감도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지난해 정비시장 복귀와 함께 잇따른 대어급 사업 확보로 건재함을 과시한 삼성물산이 흑석9구역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사들이 먼저 홍보전에 돌입한 흑석9구역에서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경쟁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시공사로 선정됐다 자격을 박탈 당했던 롯데건설까지 시공권을 다시 찾아오고자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흑석9구역은 올 8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설사들의 홍보전으로 서서히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동작구 흑석9구역 중앙대병원 인근 건물에 현수막을 내걸고 조합원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간단한 새해 인사문구이지만 해당 사업장에서 시공사 재선정을 앞두고 처음 내걸린 플래카드여서 업계의 눈길을 끈다.

해당 사업장은 이미 시공사를 한 차례 뽑았던 바 있다. 2018년 흑석9구역 조합은 당초 최고 25층, 21개동, 153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롯데건설은 이를 최고 층수를 28층으로 높인 뒤 동(棟)수는 11개 동으로 줄이는 안을 제안하면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롯데건설이 제시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안건은 서울시와 자치구인 동작구의 사전 검토에서 부결됐다. 서울시 도시계획의 밑그림인 2030 서울플랜에서 흑석9구역 등 2종일반주거지의 최고 층수를 25층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에 조합은 정비계획변경을 관철시키지 못한 건 도급계약서에 따른 시공계약 해지 사유라며 교체 의결 절차를 밟았다.

그사이 흑석동은 서반포, 준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서울시 내에서 입지적 가치는 부각되며 집값이 빠르게 뛰었다. 특히 흑석9구역은 흑석뉴타운 가운데 보기 드문 평지라는 입지적 우수성도 지녔다. 게다가 정부의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어 시기적으로도 건설사들의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조합 측 한 관계자는 “강남은 물론이고 서울 시내 정비사업장에서 올해 시공사 선정을 앞둔 곳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며 “경쟁이 심화된 만큼 건설사들이 어떤 수준 높은 제안서를 들고 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롯데건설은 계약해지가 임시 집행부의 결정으로 대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회사 측은 최근 흑석9구역에 홍보사무실을 차리고 조합원 설득작업에 한창이다.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팽팽하다. 흑석9구역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은 초반인 만큼 선호도가 비슷하다”면서도 “최근 들어선 조합원들이 래미안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정비사업장에 재등판한 후 입찰에 참여하고 사업권을 따 낸 신반포15차,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모두 시공사를 재선정하는 사업장이었던 만큼, 사업지연에 따른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조합원을 헤아려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게 그 이유다.

다만 롯데건설을 지지하는 조합원도 적지 않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 속도와 조건을 근거로 롯데건설을 지지하는 조합원도 여전히 남아있다. 시공사를 재선정할 경우 시중금리로 사업비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계약을 이어가면 무이자 사업비 조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입찰을 준비해야 하는 데다 기존 시공사와의 소송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시공사 해지에 앞서 공사비 상승분 없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하는 것으로 원만히 합의하기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고 밝혔다.

흑석9구역은 중앙대 인근 흑석동 90일대 약 9만4000㎡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2019년 10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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