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과정서 대주주인 앤트그룹 징계 여부 확인 못해
허가 보류에 기존 일부 서비스도 중지···IPO에 부정적 우려도
카카오 “과정상 문제···하반기 서비스 준비할 것”
신축년 코스피 3000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으로부터 시작된 IPO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상 시가총액이 수십조 단위인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층 크다. <시사저널이코노미>는 연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여개 알짜 기업(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윈스토어, 야놀자, 한화종합화학)의 현황과 전망, 핵심 이슈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페이에도 리스크 요인들이 존재한다. 금융 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서 표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쟁사들은 이미 금융당국의 허가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카카오페이는 기존 서비스마저 중단하게 된 상황에 이르렀다. 가장 든든한 우군인 중국 앤트그룹과 관련된 문제가 카카오페이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상장 일정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과정상의 문제일 뿐 올해 하반기에는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보류된 카카오페이, 대주주에 발목 잡혀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 카드, 통신사 등에 흩어진 고객 신용정보를 한눈에 파악해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고객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신용정보를 통합 조회할 수 있고, 사업자는 재무 현황이나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 등을 추천하는 등 신용·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른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에는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금융 및 테크핀(TechFin, 기술·Tech+금융·Fin) 회사들이 고객 동의를 받아 관련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는 신용정보법 내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신설 및 시행에 따라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사업이 됐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과 테크핀 회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신청했고 총 28개 기업이 본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이번 본허가 심사에서는 최종 보류 통보를 받았다. 심사를 통해 다시 허가를 받을 여지는 있지만 당장 해당 사업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8곳의 경쟁사들이 허가를 받아 지난 5일부터 사업을 본격화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 선점과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카카오페이에는 부정적인 상황을 만난 셈이다.
테크핀 대장격인 카카오페이가 본허가를 통과하지 못한 배경에는 대주주인 앤트그룹과 관련성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7년 분사를 하면서 앤트그룹의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로부터 약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지난해엔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로 1152억원을 다시 투자받으면서 카카오페이의 지분은 현재 카카오가 56.1%, 앤트그룹이 43.9%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금융당국은 규정상 허가 과정에서 외국법인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검토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법인이 속한 국가의 감독 당국으로부터 형사처벌 및 제재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중국 당국으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장의 발판이 됐던 앤트그룹이 해당 사업 허가에 있어 발목을 잡은 것이다.
◇ 기존 사업에도 차질···상장 일정에도 영향 미칠까?
마이데이터사업 표류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기존 서비스 중 일부가 허가를 받지 못해 중단됐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중단된 서비스는 ▲자산관리 서비스 중 은행·카드·투자·보험·대출·현금영수증 통합조회 기능 ▲금융리포트 서비스 중 은행·카드·현금영수증·투자 기반 정보제공 기능 ▲버킷리스트 서비스 중 카드·현금영수증 정보 기반 부스터 기능 ▲영수증 서비스 중 오늘의 이용내역 기능 ▲내보험관리 서비스 중 보험가입 내역 조회 등이다.
해당 서비스가 카카오페이의 본업을 훼손시킬만한 요인은 아니더라도 사용자 경험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비스 중단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일부 들어온 상태다. 게다가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전까지 해당 서비스를 재개하려면 마이데이터 허가 기업과의 제휴나 서비스 개편 등이 필요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IPO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이슈는 카카오페이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인 까닭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그동안의 성장 과정에서 많은 자금 소요가 발생했고, 플랫폼 구축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그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데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한숨을 돌린 만큼 부정적 이슈가 지나간 뒤로 IPO 시기를 조절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만일 앤트그룹이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중대한 제재를 받거나 경영 안정성이 떨어진 것으로 밝혀질 경우 상장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심사 시 기업의 최대주주나 대표이사 등을 두고 경영 안정성, 투명성 등을 정성평가 하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이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카카오페이에 중요한 주주인 만큼 앤트그룹의 안정성도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부분으로 평가된다.
다만 카카오페이 측은 앤트그룹에 중대한 제재나 형사처벌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IPO 역시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도 올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등 계열사들의 상장 일정이 잡혀있고 마이데이터 사업 리스크도 해소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어서 상장은 카카오그룹의 계획대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가 하반기, 카카오페이지가 올해 말 상장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카카오 측은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는 시간문제라고 못 박고 있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9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페이는 1차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 심사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제출했으나 2대 주주와 관련해 금융당국과의 소통 지연으로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 중”이라며 “현재 상황은 과정상의 문제일 뿐 카카오페이 자체적으론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결격 사유가 없다.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금융당국의 협조가 완료돼 본허가를 받게 되면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