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거부감에 부지 확보 어려움···전문가 “LPG보다 위험하다 보기 어려워”
비용 문제로 민간 참여도 여의치 않아···정부 “활성화 방안 국회 계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수소차충전소. 충전을 기다리기 위해 차량 5대가 늘어서 있었다. 차량 한 대가 충전을 완료하는 데 10여분 가량 소요됐다. 가장 뒷 줄의 차량은 충전을 하기 위해 5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충전을 기다리던 20대 직장인 A씨는 “보통 충전을 하려면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차량이 점점 느는 것 같은데 충전소 시설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산업계의 적극적인 투자로 수소차 보급이 급속히 늘고 있지만 수소차충전소는 차량 증가속도를 따라가질 못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인프라 확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수소차와 수소연료 전지 등 관련 기술 개발과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수소차 누적 판매는 1만1085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수소차 1만5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전년 대비 49.2% 늘린 대수다. 지원 예산도 3655억원으로 증액한다.
반면 수소 충전소는 수소차 증가속도를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국회수소차충전소 안전관리담당자는 “차량이 몰리는 정도에 따라 변동성이 크긴 하지만 보통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하고 차량이 많이 몰릴 때는 3시간 이상 기다릴 때도 있다”며 추가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소 경제의 가치사슬은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으로 구성되는 데 현재 수소 산업 투자는 활용 분야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수소충전소 54기(일반 25기·특수 21기·증설 8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소차 이용자에게 편리한 충전 환경을 제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관계자는 “수소차의 경우 현대자동차 같은데서 생산해서 보급하면 되는데 충전소 같은 경우 부지선정부터 인허가 과정까지 상당기간 소요돼서 건설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소충전소 건립 부지 마련부터 쉽지 않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이 안전 불안감으로 인해 반발하면서 지자체들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양적 성장에 치중한 나머지 수소 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는 에펠탑 인근, 일본은 도쿄타워 옆 등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각각 수소충전소가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수소 가스는 다른 가스 시설보다 압력이 높다는 점 외에 기술적으로 특별히 큰 차이가 없다”며 “물론 가연성 가스는 모두 화재나 폭발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소가스가 현재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액화석유가스(LPG)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는 가벼운 가스다 보니 혹시 누출이 있다 하더라도 공기 중으로 바로 날아가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 더 낫다고 할 수도 있다”며 “LPG 같은 경우 가스가 새면 밑에 체류하고 확산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수소 에너지는 상업용으로 보급된 지 오래되지 않아 고장 문제 등 기술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점이 있지만 해결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도 수소충전소 공급을 빠르게 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수소충전소는 설치 비용이 약 30억원에 달하고 운영과정에서 연간 2억원이 소모되는 등 수익이 나기 어려워 민간 기업보다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구축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8년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연관기업과 수소충전소 설치 운영 특수목적법인(SPC)인 하이넷을 설립해 설립을 촉진하고자 했다.
하지만 수익성 문제로 현재 민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정도만 수소충전소 건립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충전소는 일단 구축비용이 비싸고 수소차량이 최근에 늘기는 했지만 아직은 수익분기점을 넘길 정도로 보급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운영비 부담도 크기 때문에 수소충전소를 세우는 데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까지 수소충전소 310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수소차 충전소 보급을 활서화하기 위해 대기환경보존법 상 인허가 관련해서도 환경부 장관이 승인해 의제처리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것이 법제화되면 수소충전소 건립이 좀 더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