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공급만으로 세계 1위 달성한 CATL···해외공략 본격화
유럽전진기지 獨공장 하반기 가동···미국·인니 등에 공장건립 유력
현대차 납품비중도 키우는 추세···LG·삼성·SK 에겐 ‘공공의 경쟁자’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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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내수만으로 세계 1위 배터리 점유율을 기록 중인 CATL이 외연을 확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전진기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인데, 국내 배터리업체들과 공략 대상이 중복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상위 5개사는 ▲CATL(34.3%) ▲LG에너지솔루션(33.5%) ▲파나소닉(26.5%) ▲삼성SDI(8.2%) ▲SK이노베이션(7.7%) 등이다. 10월까지 LG가 1위를 고수하다 CATL이 역전에 성공했다. 국내 3사의 경우 유럽 내 전기차 소비 진작으로 점유율이 상승했는데 CATL은 자국 내 수주 중심의 1위를 달성했다.

유럽·북미 등과 더불어 중국이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지만, CATL이 내수만으로 이 같은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역할이 컸다. 내연차 중심의 완성차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자, 전기차·배터리 분야로의 전환을 선제적으로 꾀했다. 차별적 보조금정책 등을 바탕으로 자국 기업을 육성한 셈이다.

수혜가 CATL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성장세를 나타냈다. 전기차 보조금 단계적 축소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치킨게임 등을 버티지 못하고 속속 낙오하게 됐다. 자연히 중국 정부의 CATL 지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됐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들에 노골적으로 CATL 배터리 탑재를 종용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CATL의 해외시장 공략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팽창과 관계 깊다. 지난해부터 유럽시장이 본격 성장했으며, 북미시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산업 부흥 공약에 따라 내년부터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전기차 시장 역시 글로벌 3대 시장에 버금가는 잠재력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독일 튀링겐주(州)에 건립 중인 CATL 유럽공장은 이르면 금년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첫 번째 해외기지인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폭스바겐그룹·BMW그룹·스텔란티스그룹 등에 납품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주요 고객사들이다. LG·삼성·SK 등 국내 3사는 선제적으로 유럽에 공장을 설립했고, 상대적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유럽에서 CATL보다 높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추후 수주전에서는 이 같은 이점이 상당부문 감소할 수 있다.

CATL은 미국 현지에 두 번째 해외생산기지 건립을 추진 중이다. 2019년 9월 마티아스 젠트크라프 CATL 유럽법인 대표가 “사업 확대를 고려 중”이라면서 북미지역을 지목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해왔지만, 전기차 산업을 부흥시킬 것이란 핵심공약을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북미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북미시장은 SK이노베이션이 주력하는 곳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현지 최대규모 배터리 셀 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은 내년, 2공장은 2024년부터 가동이 시작되며 현재 3·4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현지에 배터리셀 생산 공장을 보유했으며, GM과 배터리셀 합작사를 건립하기도 했다. LG의 경우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맞부딪힐 염려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모두 인도네시아 투자를 유력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CATL의 무기는 가격경쟁력이다. 생산량에서 국내 업체들을 압도한다. 최근에는 기술적 보완도 상당부문 이뤘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특정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들보다 우위에 선다고 알려진다. 세계시장 1위를 노리는 LG는 물론, 글로벌 빅3로 도약하겠다는 삼성·SK 모두 CATL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CATL은 일본에 이어 한국 안방시장마저 노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E-GMP 2차 납품사로 선정된 데 이어, 3차 핵심 공급사로도 CATL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면서 “한 차례의 치킨게임으로 현재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상위 6~7개사 위주로 개편됐는데, 추가적인 치킨게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국내 빅3의 경우 생존을 위해서라도 CATL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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