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펀결제·대출 이어 증권·보험 등 다양한 부문 진출나서
결제액 증가 추세에 몸값도 수직상승···최대 11조9000억원 산정도
혁신 경쟁 치열하고 내수시장 한계 있어 과도한 몸값 우려도 나와

신축년 코스피 3000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으로부터 시작된 IPO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상 시가총액이 수십조 단위인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층 크다. <시사저널이코노미>는 연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여개 알짜 기업(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윈스토어, 야놀자, 한화종합화학)의 현황과 전망, 핵심 이슈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표=이다인 디자이너.
표=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카카오페이는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IPO 중 하나로 평가된다. 테크핀(TechFin, 기술·Tech+금융·Fin) 업체로는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는 상징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간편 결제로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어느새 대출과 투자, 보험 등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개인의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상태다. 시장에선 카카오페이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최대 10조원을 넘어서는 몸값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카카오 등에 업고 외형 성장 성공한 카카오페이

2014년 카카오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시작했던 카카오페이는 2017년 4월 카카오에서 분사한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당시 기존의 금융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포인트로 결제와 송금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특히 4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의 규모를 키워나갔다.

실제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5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해 거래한 금액은 지난해 3분기까지 47조원 수준이다. 2019년 연간 결제 금액이 48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기 만에 전년 연간 기록에 다가선 것이다. 이에 힘입어 매출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2019년 말 연결기준 매출은 1411억원으로 전년(695억원)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다만 카카오페이는 출범 이후 2019년까지 누적 18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IPO 시장에서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 같은 성과 외에도 그동안 보여준 확장성에 있다.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시장뿐만 아니라 송금, 증권, 보험으로까지 발을 뻗고 있는 상태다. 우선 지난해 2월에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을 공식 출범시켰다. 테크핀 업체가 증권업에 진출한 첫 번째 사례였다.

그동안 기존 증권사에서는 보지 못했던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온·오프라인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한 후 남은 1000원 미만 동전을 알아서 계산해 미리 지정한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가 대표적으로, 간편결제와 투자를 엮은 혁신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품들이 대중의 호응을 얻으면서 카카오페이의 계좌 개설자 수는 지난해 12월 초 기준 300만명까지 늘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해보험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는 보험설계사나 영업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상품을 판매하는 손보사를 말한다. 카카오페이는 앞서 국내 1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자동차보험 판매를 두고 양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달 4일 단독으로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한 바 있다.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게 되면 캐롯손해보험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된다. 

◇ ‘경쟁자 경계 없다’···성장 가를 치열한 경쟁도 예고

카카오톡이라는 이른바 국민 메신저를 기반으로 페이와 각종 금융 서비스의 결합이 이어지면서 카카오페이는 국내 대형 금융 플랫폼사로 변모하고 있다. 복잡했던 증권과 보험 등 기존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보다 단순하게 만들고 간편화하면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결합한 만큼 각 사업자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간편송금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토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앞세운 네이버파이낸셜 등 테크핀 회사들과 경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토스의 경우 최근 토스증권이라는 증권사를 출범시키며 카카오페이와 증권 부문에서도 경쟁관계를 구축한 상황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역시 카카오페이와 마찬가지로 단순 페이사업에서 보험과 대출 등으로 금융 영토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도 IPO 투자자들이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증권이나 보험, 대출 등은 이미 기존 금융사들이 자리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이들 역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고 사용자의 편의를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해당 서비스에서 혁신을 앞세우고는 있지만 주류가 이동할 정도의 파괴력은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만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같은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역시 서로 경쟁 관계로 인식할 정도다. 이들 간에도 겹치는 사업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새로운 금융 플랫폼으로서 가파른 성장을 해왔지만 혁신을 내건 다양한 서비스들이 경쟁사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비교 우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IPO를 통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 몸값 10조원 넘을까···과도한 몸값 우려도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가진 국내 대형 테크핀 회사라는 점, 현재까지 보여준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당시 기준으로 카카오페이의 예상 거래액을 61조원이라고 보고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9조7600억원으로 평가했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1월 보고서에서 결제액과 금융서비스 거래액의 증가 추세, 금융기관 연계대출 확대 등을 반영해 11조9000억원의 가치를 산정했다. 카카오페이가 2017년 분사 당시 5800억원의 기업가치로 인정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20배 가까이 몸값이 불어난 것이다. 

반대로 과도한 몸값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카카오페이의 시장가치로 4조~5조원이 거론되기도 했다. 상장된 비슷한 기업이 없어 결제 거래액을 가치 산정에 쓰다 보니 거래액 증가에 따라 기업 가치가 대폭 늘어나게 된 것”이라며 “카카오라는 프리미엄도 존재하지만 내수 시장에서 거래액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인지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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