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순이익, 7조원대로 떨어져
코로나19 대비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 영향
연체율은 4대 은행 모두 감소···요주의여신도 줄어
[시사저널e=이용우 기자]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순이익 방어에는 실패했지만 연체율 관리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 4대 은행의 순이익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전년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와 경제지표 하락 속에서도 은행 연체율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은행업계는 올해도 코로나19가 계속 확산할 경우 연체율이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한다.
◇4대 은행 순익, 3년 만에 7조원대로 내려앉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총 7조75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9%(6600억원) 감소했다. 4대 은행의 순이익은 2018년 말 8조1000억, 2019년 8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8조원대 순이익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다시 7조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각 은행 별로 작년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 줄어든 2조3000억원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했고, 신한은행은 10.7% 감소한 2조780억원, 하나은행은 6% 감소한 2조100억원, 우리은행은 9.4% 감소한 1조36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의 순익 감소는 대손충당금 적립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지난 9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0%이상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만 아니라 가계에서도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2019년 전체의 14.8%에서 작년 21.4%까지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이유로 은행들이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급 적립을 권고해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0월 15개 은행장을 만나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해 신성장산업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말했다.
◇경기지표 하락에도 4대 은행 연체율은 ‘사상 최저’
4대 시중은행이 순이익에서는 전년만 못한 실적을 냈지만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관리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연간 GDP 성장률은 코로나19 충격 영향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1%)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수출과 함께 민간소비가 감소하면서 성장률을 끌어내렸다고 평가했다.
은행업계도 이런 상황에서 연체율이 작년 하반기부터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4대 은행 별로 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17%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도 0.07%포인트 떨어졌다. 신한은행 연체율도 0.24%로 전년 동기(0.26%)보다 낮아졌다. 하나은행의 연체율도 같은 기간 0.20%에서 0.19%로, 우리은행도 0.30%에서 0.25%로 떨어졌다.
특히 은행들의 요주의여신도 감소했다. 은행의 여신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요주의여신은 연체기간(1~3개월)이 가장 짧아 은행의 잠재적 부실 가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작년 국민은행의 요주의여신은 1조1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4%나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요주의여신도 같은 기간 2.5% 줄어든 9360억원, 하나은행은 1.6% 줄어든 1조553억원, 우리은행은 0.12% 감소한 1조5270억원을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의 요주의여신이 모두 감소한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은행들은 이익 감소보다 연체율 상승을 더 걱정했다”며 “작년까지는 대출 관리를 통해 연체율을 낮췄지만 올해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