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자국 우선주의 통상책···동맹으로 대중 견제
중국, 기술자립·내수 강화 대응
‘신남방·남북경협·원칙 기반 대외 소통’ 강화 필요성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미국과 중국으로 인한 무역 환경 변화가 한국에 도전이 되고 있다. 특히 미중 간 패권 경쟁은 무역 환경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출에서 코로나19 영향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무역규제 강화 및 무역 환경 변화는 위협 요인으로 지목받는다.

8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조치는 229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한국 대상 수입규제는 2011년 117건, 2015년 166건에서 꾸준히 늘었다.

미국과 인도, 중국 등에서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많이 했다. 미국 46건, 인도 34건, 중국 16건, 터키 14건, 캐나다 13건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반덤핑 165건(72%), 세이프가드 54건(24%), 상계관세 10건(4%)이었다.

자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최근 신흥국에서도 제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철강·화학제품 등 중간재 타겟 규제가 집중됐다. 인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발 조사 개시가 늘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무역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 주도의 무역 환경 변화가 주목받는다.

◇ 바이든 ‘자국 우선주의 통상’ 기조

미국은 조 바이든 신정부가 출범했지만 큰 틀에서 자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중심 GVC(글로벌밸류체인) 개편, 자국 내 노동자 및 환경우선 제조업 정책에 따른 규제가 예상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제품 구매를 우선하겠다는 내용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 아메리칸은 미국 연방정부 기관이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외국산이 아닌 미국산을 우선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자국 우선주의 통상정책 일환에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위협을 근거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쿼터를 부과한 무역확장법 232조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무역협회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산층 건설, 노동자의 이익 보호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고, 철강 산업이 제조업 기반이자 노동계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철강 업계의 청원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바이든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내세운 미국산 우선구매(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트럼프 정권 기조와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속에서 선출됐기에 최우선 정책은 미국 경제 재건이라는 것이다. 이에 바이든 정부도 국내 투자를 촉진시키고 어려운 산업을 보호하는 통상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3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관세에 대해선 국가 면제를 받았으나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른 탄소국경세 도입 계획도 한국 기업들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적인 상황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유럽연합과 미국, 중국 등에서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국내 철강·석유·자동차 등 주요 업종은 한해 약 6000억원을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한다. 규제가 강화되는 2030년에는 1조8700억원으로 늘어난다.

우리나라 교역에서 비중이 가장 큰 중국도 내수와 기술 자립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통상 환경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 中, 내수·기술자립 강화...한국 교역 영향

중국은 2020년 12월 개최된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14차 5개년 규획 시행 첫해인 2021년의 경제 운영 핵심 목표로 ‘쌍순환’ 신발전 구도 구축, 개혁·혁신 등을 제시했다.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핵심기술 확보, 국유기업 개혁과 민영경제의 발전 촉진, 금융시장 개혁 등 중국 내부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쌍순환 전략은 세계 경제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면서 국내 경제를 최대한 활성화한다는 전략으로 수출과 개혁개방을 이어가면서 내수 시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기술 자립을 강화해 기술 혁신에 나섰다. 미중 간 패권 경쟁과 글로벌 산업·공급 사슬 재편에 대응해 자주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기존에도 중국의 내수시장과 신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와 기술 자립 강화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도전이 됐다.

2019년 중국 내수용 수입시장에서 한국산의 점유율은 2016년 7.2%에서 2019년 5.5%로 하락했다. 2016~2019년 중국의 내수용 수입은 연평균 13.5% 늘었으나 한국의 대중국 내수용 수출은 연 평균 3.6% 증가에 그쳤다.

특히 중국의 수요가 커지는 신산업인 하이테크 품목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 중국의 하이테크제품 수입에서 대만, 아세안, 유럽연합의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간 기술수준 격차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0년으로 줄었다. 전자·정보·통신 기술격차가 1.8년에서 1.5년으로 줄었다. 바이오도 1.7년에서 1.5년으로 좁혀졌다. 중국이 앞선 항공우주 분야의 기술격차는 4.3년에서 4.5년으로 벌어졌다.​ 2016년 이후 격차는 더 좁혀지고 있다. 한중 간 수출경쟁 구조도 더 심해진다는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1월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1월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미중 갈등 본격화?...“신남방정책·원칙 기반 소통 강화 필요”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무역환경은 더 큰 폭으로 변화할 수 있다,

최근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 성격의 쿼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의 해양진출 견제 등을 목적으로 바이든 정부가 쿼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쿼드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이 참여하는 안보 협의체다.

일본 매체들은 쿼드 정상회담이 열리면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한 대응, 홍콩과 신장 등 중국 인권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중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 한국이 대응해야 할 도전은 더 커진다. 미국의 자국 우선 통상정책과 중국의 내수 및 기술 강화에 더해 미중 간 갈등에 따른 불똥이 우리 기업에게 튈 수 있다. 지난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화웨이 반도체 규제로 SK와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들도 영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신남방정책 강화, 남북경협 재개 등 시장 다변화와 원칙을 기반으로 한 대외 소통 강화로 미중 주도의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 무역과 중국 견제 측면에서는 전임 트럼프 정부 기조를 이어간다”며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기업에는 불리해질 수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에 따라 한국은 신남방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아세안 국가들의 성장률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의한 GVC 변화 측면에서도 아세안 국가로의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또한 지금은 멈춰있지만 남북 경협은 우리에게 이익이 크다. 우리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비슷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게 남북 경협 기회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네트워크와 소통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사드 사태 때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던 것은 사전에 중국에 설명이 없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동맹과 협력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일 것이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처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한국 정부는 원칙을 미리 세우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네트워크를 강화해 우리의 원칙에 대해 미리미리 소통하고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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