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AZ에 추가 자료 요청해야”···천은미 “정부가 확실한 정보 제공해야”
엄중식 “백신 접종 당겨야, 효과 따질 때 아냐”···정부, 내주 확정할 듯

6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 있는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에 있는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을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허가해야 할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감염병 전문가 의견도 갈려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Z의 코로나 백신에 대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결과, 백신 접종을 만 18세 이상에는 허가하되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추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을 최근 권고했다. 

중앙약심은 고령자 대상 AZ 백신 접종 허가 여부는 효능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결정을 못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식약처가 AZ 백신의 고령자 대상 허가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의약품 허가를 최종 책임지는 식약처가 이처럼 결정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과 해법을 내놓았다. 우선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약처가 애매하게 대처했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의약품 허가 사항은 식약처가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결국 질병청 예방접종위에 공을 떠 넘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질병청은 역학조사나 코로나 대응 업무를 위주로 하는 기관”이라며 “식약처가 허가 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난했다.

또 김 교수는 “AZ 백신의 고령자 허가 여부는 근거를 갖고 결정해야 한다”며 “AZ 임상시험에서 65세 이상 피험자는 660명 규모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고령자에 대한 임상시험 대상자 규모가 작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같은 피험자 규모는 안전성이나 효능을 입증하기에 부족한 수치”라며 “안전성이나 효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만약 한국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안전성과 효능 입증이 일부 부족하더라도 접종할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능 입증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달 4일부터 AZ 백신이 영국에서 고령자에 접종되는 상황”이라며 “AZ에 안전성과 효능 관련 추가 자료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른 백신도 마찬가지지만 AZ 백신은 특히 변이 바이러스에 약할 수밖에 없다”며 “추가 자료 없이 고령자에 아스트라 백신을 접종하면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설 연휴가 끝나면 정부는 질병청 예방접종위 회의를 열어 65세 이상 고령자에도 AZ 백신 접종을 허가할 것”이라며 “단, 추가로 안전성이나 효능 관련 자료나 결과가 나올 때까지라는 단서가 붙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 교수는 “AZ 백신 효능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많지만, 중증환자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고 있다”고 정리했다. 즉 AZ 백신을 접종한 후에도 코로나19에 걸릴 수는 있지만, 중증 코로나나 사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그는 “정부가 AZ 백신 관련 정보를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 발언을 종합하면 ‘정부가 추가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면’이란 전제조건을 달고 고령자 대상 허가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파악된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식약처 결정은)백신 관련 진행상황은 질병청이 주관해 결정하라는 의미”라면서도 “중앙약심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정확히 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현재로선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며 “정부가 질병청 예방접종위에 소속된 전문가는 물론, 소속되지 않은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난 주말 AZ 백신 허가 관련 의견을 청취했다”고 전했다.    

그는 “고령자에 대한 AZ 백신 허가 여부는 사실상 돼있다”고 주장하고 “허가 여부를 논의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현 상태에서 4차 유행이 오거나 3~4월 다시 유행이 오면 그 진폭이 크다”며 “(이를 막기 위해)백신을 빨리 접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엄 교수는 “임상 의사 입장에서 백신 접종을 최대한 당기는 것이 중요한데, 오는 3월 고위험군 접종을 시작하면 6월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AZ 백신을 2회 접종한 후 80%가량 효능이 있는 상황에서 효과를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은 모두 다르지만 결국 무게중심은 정부가 고령자에게 접종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며 “정부가 늦어도 다음 주내로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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