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으로 유례없는 전셋값 상승에 이주수요 집중 우려까지
전셋값 상승은 매맷값 밀어올려···대책마련 없다면 단기적으론 부작용 커질수도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 사진=시사저널E DB
재건축을 추진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가 2·4 부동산 대책에서 히든카드로 내놓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는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시키고, 그동안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적용하지 않아 단기간에 공급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이주수요가 급증해 이미 꼬일대로 꼬여버린 임대차시장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직접 시행하며 사업·분양 계획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사업 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용적률을 상향해준다는 점에서 지난해 나온 공공재건축이나 공공재개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공공 직접시행에는 그동안 일부 단지에서 재건축 추진의 걸림돌로 꼽아 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향후 5년 간 이 제도를 통해 서울에서 9만3000가구, 경기에선 2만1000가구, 지방광역시는 2만2000가구 등 총 13만6000가구의 주택공급을 위한 부지가 확보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산치로 잡은 수준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하면서도 통 큰 혜택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변창흠 장관은 이와 관련 “기존 사업보다 훨씬 강한 혜택이 있으니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 예의주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주수요 급증에 따른 임대차 시장 수급 불균형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구에서는 지난달 완료한 약 3000여 세대의 한신4지구 이주로 전세보증금 수억원이 단숨에 치솟는 등 임대차시장이 요동쳤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에는 반포1단지 1·2·4주구 2300세대, 하반기 반포1단지 3주구 등이 예정돼있다. 7000여 세대 남짓한 조합원의 이주에도 전세시장이 들썩이며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포자이 전용 84㎡ A타입은 종전 거래된 최고 전세보증금이 14억5000만원(지난해 12월)인데 현재는 두 달 사이 시세가 2억원 이상 오른 17억원 이상에 형성돼있다. 수천세대 이주로도 수억원의 전세보증금이 뛰었기 때문에 정부가 예상한 9만여 가구 이주는 불난 전세시장에 기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임대차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유례없는 수준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세가격은 2241만원으로 집계됐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지난해 8월에는 평균 1929만원이었다. 제도 시행 6개월 동안 16.2%나 급등한 것이다.

특히 임대차3법에 따른 4년차(2+2) 전세계약 만기 시점과 조합원들의 이주수요 시기가 겹치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임대차3법으로 전세계약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면서 그동안 보증금을 시세 수준으로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4년차 전세만기 시점에 전셋값을 이전에 올려받지 못한 것까지 더해 높여받을 것“이라며 “만약 4년차 전세만기와 조합원들의 이주수요 시점이 맞물리면 전월세 가격은 더 크게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지자체가 이주시기를 조정할 수는 있다. 정부는 과거 여러차례 수요 관리 측면에서 국지적 전세난을 차단하기 위해 정비사업 이주 시기 조정을 활용해 왔다. 이는 서울시 정비사업조례로 근거가 마련돼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이를 활용할 경우에는 도심에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게 어려워진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주수요가 주변 지역 전세나 매매수요로 바뀔 경우 매물부족으로 전세나 매매가격이 단기에 폭등할 수 있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공급물량을 만들려다 예상을 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임대차시장 왜곡을 우려해 순환정비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순차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시기를 무리하게 못박으면 순환정비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표 내용은 시범사업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크게 동시다발적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인데, 기한 설정을 2025년이라고 무리하게 못박은 게 문제”라며 “인접지역에서 여러 정비사업이 진행된다면 전셋값 급등과 이로 인한 집값 밀어올림 현상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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