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실적 406억원 차 ‘접전’···KB·하나금융, 증시 호황 속 증권사 실적 대폭 상승
신한금투, 충당금 전입 ‘직격타’···우리금융, 은행 중심 포트폴리오 개선 과제

KB금융그룹 당기순이익 현황(사진 위쪽)과 신한금융그룹 당기순이익 현황/자료=각 사
KB금융그룹 당기순이익 현황(사진 위쪽)과 신한금융그룹 당기순이익 현황/자료=각 사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저금리 기조 장기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경영 위기 속에서도 비은행 계열사의 선전에 힘입어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대체적으로 준수한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업계 최고 순익을 거두며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왔던 신한금융그룹은 사모펀드 사태 관련 충당금 적립 등의 영향으로 3년만에 KB금융그룹에 선두 자리를 내줬으며 하나금융그룹은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선두 그룹를 맹추격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유일하게 실적이 감소하며 은행 중심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재확인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KB금융에 이어 이날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까지 ‘2020년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성적표가 모두 공개됐다.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한 곳은 KB금융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은 지난해 총 3조4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전년(3조3118억원) 대비 4.3%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코로나19 충격 대비 충당금 전입으로 인해 KB국민은행의 실적은 2019년 2조4391억원에서 지난해 2조2982억원으로 5.8% 줄어들었지만 KB증권의 순익이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전년 대비 65%나 증가했다. KB국민카드의 순익도 3165억원에서 3247억원으로 2.6% 증가했으며 KB자산운용, KB캐피탈 등의 계열사들도 모두 실적이 소폭 개선됐다. 다만 KB손해보험은 전년 대비 실적이 30% 감소했으며 KB생명보험의 실적도 160억원 순익에서 232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신한금융은 KB금융보다 406억원 낮은 3조41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3조4035억원)대비 증가율은 0.3%다. 신한은행의 순익이 2조3292억원에서 2조778억원으로 10.8% 줄어들었지만 신한카드의 순익이 5088억원에서 6065억원으로 19.2% 증가했으며 신한생명의 순익도 1239억원에서 1778억원으로 43.6% 늘어났다. 오렌지라이프도 전년(2715억원) 대비 순익이 2.9% 증가하며 2793억원의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충당금 전입으로 인한 신한금융투자의 실적 악화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한금투 역시 다른 증권사들과 마찬가지로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38.2%나 늘어나며 증시 호황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나 대손상각비가 -13억원에서 1058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전체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해 신한금투의 순익은 1548억원으로 전년(2209억원) 대비 29.9%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은행을 제외한 전 계열사가 골고루 성장하며 가장 높은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2조3916억원) 대비 10.3% 증가한 2조637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순익은 2조1398억원에서 2조101억원으로 6.1% 줄어들었으나 하나금융투자(46.6%)와 하나캐피탈(64.5%), 하나카드(174.4%), 하나자산신탁(23%), 하나생명(12.3%) 등 계열사의 순익은 모두 2019년보다 늘어났다. 하나은행 다음으로 높은 순익을 기록한 계열사는 하나금융투자(4109억원)며 하나캐피탈(1772억원), 하나카드(1545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금융은 4대 금융그룹 중에 유일하게 실적이 악화됐다. 높은 은행 의존도 때문에 은행권 업황 악화라는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3073억원으로 전년(1조8722억원)보다 30.2% 줄어들었다.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순익이 각각 5.3%, 17.8% 개선됐으나 우리은행의 순익이 1조5055억원에서 1조3632억원으로 9.4% 줄어들었다.

한편 신한·하나·우리금융과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행도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든 순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5479억원으로 전년(1조6143억원)보다 4.1% 감소했다.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 등은 각각 1345억원, 805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전년 대비 실적이 108.6%, 61.7%씩 늘어났으나 IBK기업은행의 별도 당기순이익이 1조3928억원에서 1조2632억원으로 9.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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