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마무리 단계’ 보도 연이어···부품 납부 기업까지 주가 급등
‘최적의 파트너’ 높은 기대감···기아, 고급브랜드 자리매김·‘플랜 S’ 탄력 등 효과
개발 참여·하드웨어 통제 등 범위 쟁점···애플, 비밀주의 등 완화 여부 주목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최근 기아가 애플카 생산 관련, 애플과 협상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기아의 도약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이 성사될 경우, 현대자동차에 가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기아의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 사업 등에서 대만 기업 폭스콘에 수탁생산만을 맡긴 바 있어 이번의 경우에도 기아가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설계, 디자인, 운영체계(OS) 등 참여 수준을 두고 애플과 기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이 제3의 기업과 협력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와 애플은 ‘애플카’ 제조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고, 최종 합의 시 애플카는 오는 2024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애플카’는 자율주행 전기차 모델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애플카’와 관련 두 기업의 공식적인 언급은 없는 상황이다.
추측과 전망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애플카’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세계적인 IT기업인 애플이 약 10조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자동차 시장 진입에 본격 시동을 걸고, 완성차 기업으로 오랜 기간 노하우를 축적한 기아와 협력할 경우 적지 않은 파급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아, 애플은 물론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와 같은 기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기아와 애플의 협력 계약 체결 임박 보도에 지난 4일(미국시간) 애플의 주가는 137.39달러로 전장보다 2.58% 상승했고, 기아는 이날 전장보다 2.47% 상승한 10만1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아울러 현재 현대차, 기아, GM(제너럴모터스) 등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고,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 조립 공장과 30분 거리에 위치한 곳에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KB오토시스도 전날보다 29.73% 상승한 1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기아 조립 공장은 ‘애플카’ 생산 공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아와 애플이 협력 합의할 경우 생산 방식은 파운드리 방식의 주문 생산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완성차 기업으로 안전기술, 대량 생산체계를 확보하고 있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등을 보유한 기아는 애플에게는 최적의 파트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궈밍치 대만 톈펑(TF)증권 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탑재하고 현대모비스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아 기아의 미국 생산라인을 통해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라며 “애플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자원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애플카가 해당 시나리오대로 생산될 경우 기아의 가치는 급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협력해 ‘애플카’를 생산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며 “기존 애플의 행보를 봤을 때 디자인, 기술 등에 확실한 차별화를 둘 것이고 기아는 이전 이미지를 탈피해 자동차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아가 밝힌 ‘플랜 S’(전기차 중심 중장기 사업전략)에도 애플과의 협업은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와 같은 ‘장밋빛 청사진’은 기아가 애플의 파트너로 결정됐을 때의 얘기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애플이 기아 외에 복수의 완성차 기업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만큼 맘 놓고 있을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기아와 애플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통제 수준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협상은 결렬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카의 설계, 디자인 등에 기아가 관여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아는 관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카 개발 참여 범위를 둔 기아와 애플의 시각차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애플은 만프레드 해러 전 포르쉐 부사장, 스튜어트 바워스 전 테슬라 부사장, 조너선 시브 전 테슬라 차량 엔지니어 등을 ‘애플카팀’에 합류시키면서, 하드웨어에 대한 통제권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아의 입장에서는 단순 수탁생산만 맡게 될 경우 ‘제2의 폭스콘’으로 전락해 애플과의 협력에 따른 브랜드 가치 상승 등 효과가 작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 생산 공장으로의 협력은 이렇다 할 실익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협상의 관건은 애플이 특유의 비밀주의, 자사 중심 협업 생태계 등의 완화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