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문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 명시
28일 퇴임해 심리 시간 부족···형식적 결정 아닌 실체 판단할 수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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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헌법재판소가 5일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에 착수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었느냐는 쟁점과 함께 임 부장판사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헌재는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탄핵심판청구서 정본을 제출하자 ‘2021헌나1 법관(임성근)탄핵’이라는 사건번호와 사건명을 붙였다. ‘헌나’는 탄핵심판에 붙는 사건부호로 2021년에 접수된 탄핵심판 사건 중 첫 번째 사건이라는 뜻이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탄핵심판청구서 정본을 받는 때부터 시작된다.

주심 재판관 지정이 이뤄지면 이후 준비절차에 돌입한다. 입증계획 및 증거목록, 증거조사에 관한 의견서를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에 확인하게 된다. 첫 번째 심판 일정은 공개 변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의 탄핵 심판은 서면으로 심리하는 헌법소원 등과 달리 반드시 변론을 거쳐야 한다.

임 부장판사는 자신이 재판하지도 않은 판결을 수정하도록 지시해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직접 사건을 검토한 판사가 재판을 거쳐 선고한 판결문을 수정하도록 종용(판결문 사후 수정 요구)하거나, 법정에서 재판장이 구술할 내용을 미리 받아 문구를 수정(판결 선고 전 수정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이 사건의 쟁점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헌재는 “탄핵이 인용되려면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며 기각한 바 있다. 직권남용죄로 기소된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받아 ‘현행 법’ 위반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온 상태다.

그러나 재판부의 무죄 선고의 논리는 ‘형사수석부장판사(임성근 판사)가 세월호 7시간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 사건 재판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의 재판에 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권한을 남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른 재판부에게 부당한 요구를 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재판부는 오히려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명시해 탄핵 인용 가능성이 열려있다.

임 부장판사가 임기 만료로 이달 28일 퇴임하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소가 ‘각하’ 처분을 할 것이란 관측도 상당하다. 그가 법원을 떠나게 되면 파면의 실익이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수많은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적 판단을 해왔다. 헌법질서의 수호유지와 헌법적 기준 정립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형식적 결정에 머무르지 않고 실체적으로 상세히 판단한 수많은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성명서에서 “이번 탄핵소추는 본질적으로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재판에 관여하는 행위가 수용되고 실행되었던 법원의 집단적 문제가 발현된 결과”라며 “이번 탄핵소추를 계기로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위헌적 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확고하게 자리잡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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