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현대·KB국민·삼성카드 등 잇따라 배당 확대 나서
현대카드 2년 연속 배당 확대···국민카드, 배당금 총액 2배 증가
마케팅 비용절감·수익다각화로 실적 개선···배당 확대 뒷받침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사들의 실적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카드사들이 주주에게 돌려줄 배당 규모를 일제히 확대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에도 배당을 줄일 것을 주문했지만 이와 상반된 행보를 나타내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신한·현대·KB국민·삼성카드 등 일제히 배당 확대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전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지난해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2019년 대비 507원 확대한 3145원으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3943억원으로 전년(3307억원) 대비 636억원 늘었다.
현대카드도 2년 연속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914원씩 총 1467억원이다. 2019년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이 627원, 배당금 총액이 100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늘어난 규모다. 현대카드의 배당금 총액은 지난 2018년 308억원, 2019년 1006억원으로 계속해서 증가세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2174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총액은 2000억원이다. 전년 주당 배당금이 1087원, 배당금 총액이 10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늘었다.
삼성카드 역시 지난해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전년 대비 200원 확대한 180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921억원에 이른다. 2019년에는 주당 1600원의 배당을 실시해 총액이 1707억원이었다.
롯데카드는 아직 지난해 결산 배당금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여타 카드사들과 마찬가지로 배당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롯데카드의 주당 배당금은 382원, 배당금 총액은 286억원이다.
◇ 카드업계, 코로나19 여파 마케팅 비용 절감···수익다각화로 실적 개선
카드사들이 이처럼 배당 확대에 나선 것은 ‘불황형 흑자’가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비용·저효율 마케팅을 축소함에 따라 마케팅 비용이 줄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또한 카드론, 할부금융 등 본업인 신용판매 외 사업에서의 선전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계 카드사가 카드론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3조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에서도 해당 사업을 진행하던 기존 카드사들이 2033억27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1825억1500억원)보다 11.4% 성장했다. 현재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카드사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이다. 하나카드는 지난달 4일부터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제2금융권에 배당 자제를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카드사에 직접적인 지침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점도 배당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권대영 금융이 산업국장은 ‘금융산업국 업무계획’ 브리핑을 통해 “예대업무를 하고 핵심적 인프라를 하는 은행과 지주 계열에만 (배당축소) 권고를 했고, 2금융권은 지주계열에서 간접적으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은행·카드·상호금융 등에는 특별히 권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지만 카드사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게 아니기 때문에 배당 확대가 가능했던 것 같다”며 “배당 성향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마케팅 비용 절감과 함께 수익다각화 등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카드사 전반에 배당 확대 기조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