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조, 금감원 비판 성명서 발표···“책임회피성 중징계 강력 규탄”
징계 확정시 금감원 상대로 투쟁 방침···금융산업노조도 “보여주기식 징계 안돼” 비판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 일변도 대응이 은행권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은행권 CEO들에게 중징계를 내린데 이어 라임자산운용펀드 사태에 대해서도 무더기 중징계를 예고하자 내부에서는 ‘책임 전가성’, ‘보여주기식’ 징계라는 비판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주 회장이 DLF사태부터 라임펀드사태까지 2번 연속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한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내부 노동조합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징계의 부당함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 측은 향후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고강도 투쟁 활동을 진행하는 등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은행 지부(이하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 4일 금감원의 은행권 CEO 중징계 예고와 관련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일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직무 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부터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문책경고 이상부터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우리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사모펀드 시장의 규제완화와 감독당국의 무능한 감시체계의 근본적인 문제파악은 뒷전이고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모든 책임을 금융사로 넘기는 금감원의 책임회피성 중징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사모펀드 사태의 1차적인 원인은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온 금융 당국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이번 중징계로 금융노동자를 실적만 좆는 비도덕적인 사람들로 몰아가고 금감원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 감독을 통한 예방보다 사후 제재를 통해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며 “무능한 사전적인 감시자의 모습을 재확인시켜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우리은행 노조의 이러한 강도 높은 비판은 최근 금감원에 대한 은행권의 불만을 고스란히 나타내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수행해야할 노조마저 부당함을 주장할 정도로 은행권 CEO들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는 업계에서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은행의 노조들이 소속돼 있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지난 3일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여주기식 일회성 징계가 아닌 사모펀드 규제방안과 실효성 있는 징계방안 등 금융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안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일반 국민들한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CEO들에게 무작정 징계를 내리고 있다”며 “차라리 피해 고객들에게 피해액을 최대한 물어주도록 하는 것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중징계와 행정소송의 반복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금감원의 감독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런 식이면 모두들 법적으로 얘기하려고만 하지 누가 금감원의 말을 들으려고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은행 내부의 이러한 지지 여론은 2연속 중징계 확정시 발생할 수 있는 손 회장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 회장은 이미 지난해 DLF사태로 인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바 있으며 현재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라임사태 징계까지 2번 연속 금감원과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노조는 향후 금감원 제재심 등을 거쳐 손 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은행장이 징계를 받고 나가버리면 금감원은 그걸로 끝이겠지만 은행은 그게 아니다”라며 “남아있는 조직원들만 죽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EO들이 남아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 맞다”며 “은행 직원들에 대한 보호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노조 차원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금감원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자기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금융사에 전가하는 결정을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