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유튜브 채널 나와 현안 분석 및 투자 철학 밝혀···보험, 부동산 관련 견해도 소신껏 밝혀 화제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평사원에서 글로벌 투자사의 회장까지 오른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말 그대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금에서야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경영자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현재의 그를 있게 한 건 투자자로서의 박현주였다. 5년 전 일찍이 테슬라의 혁신성을 주목하고, 이를 추천했던 것은 그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그런 그가 투자 전략가의 눈으로 자사 유튜브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조회수만 합쳐 180만회를 넘어섰다.
◇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적 기업 투자해야”
그가 출연한 첫 유튜브 영상은 지난달 14일 처음 공개됐다. 반도체·클라우드·전기차를 주제로 두고 온라인 투자 미팅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영상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의 투자철학이었다. 박 회장은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한 후 어느 인터뷰에서 아마존, 텐센트, 테슬라를 추천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면서 “그 이야기는 종목을 찍은게 아니라 혁신을 의미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가치주와 성장주로 보는데 나의 관점은 다르다. 난 혁신을 하느냐와 아니냐로 본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성장하는 산업은 경기에 크게 상관없다. 바텀업(Bottom UP)으로 바라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에 대해선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라는 국제 정세 측면에서 반도체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전지에 대해서는 “미국 서부 개척을 하던 시절에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캔 사람들이 아닌 숙박업 등 관련 후방 산업들”이라며 “배터리가 더 안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지수 보다는 트렌드···타이밍 보다는 장기투자”
두 번째 영상에서는 그린에너지·이커머스·게임·바이오를 주제로 투자 미팅을 진행했다.
우선 박 회장은 이커머스에 대해서는 쿠팡의 혁신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박 회장은 “쿠팡이 아마존의 전략을 비슷하게 가져가고 있는데 아마존을 카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카피도 대단히 중요한 전략으로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바이오 섹터의 투자에 대해 신약개발에 따른 리스크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분산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추천하면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헬스케어 업종은 성장할 수밖에 없고 바이오 섹터는 꾸준히 가는 중위험 섹터로 본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투자에 있어서 지수보다는 트렌드를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이밍을 사려고 하는데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특정 기업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산업의 추세와 트렌드는 알 수 있다”면서 “종목에 대해 너무 확신을 갖지 말고 장기 트렌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투자하면서 보면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며 “누구나 판단이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주식에 대해 너무 확신을 갖지 말고 적절한 분산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 “젊을 때부터 자산관리 필요···손해 적게 보려면 ETF 투자해야”
박 회장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 조언에도 나섰다. 그리고 분산투자를 강조하며 ETF 상품의 혁신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박 회장은 21살 대학교 2학년때부터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던 자신의 주린이(주식+어린이) 시절을 회고하면서 최근 주식에 뛰어드는 2030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좋은 금융 교육은 직접 경험하는 것으로 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의 혁신을 통해 인생의 성장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대가 젊었을 때부터 자산관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미국은 개인들의 주식 투자 비중이 50%에 달하지만, 한국의 경우 아직 18%밖에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식이 뭐가 오르고 내렸다는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코노미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경제지를 읽고 토론하는 곳으로 가야한다”면서 “좋은 어드바이저(조언자)를 만나고 좋은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야 말로 제일 훌륭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분산 투자에 대한 중요성으로는 자신의 투자원칙이 '자산 배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반 종목보다 성장 산업과 관련된 테마형 ETF를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박 회장은 “2030세대를 비롯한 주린이들이 손해를 적게 보려면 개별 종목이 아닌 ETF에 투자해야 한다”며 “ETF에 분산해서 매달 조금씩 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직장인 역시 ETF를 사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직장인들이 업무와 병행해 주식을 하기에는 머리가 아플 것”이라며 “그보다는 지금 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직장에서 성공하는 게 더 낫다”라고 했다. 그는 “특히 20~30대 직장인에게는 ETF를 무조건 하라고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 “변액보험 저금리 시대에 적절한 상품”
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의 필요성과 그 수단으로 변액보험을 추천했다.
박 회장은 “노후준비할 때 몇 가지 툴이 있는데 개인형퇴직연금(IRP), 변액연금 등으로 젊었을 때부터 해 노후준비를 해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변액보험은 비과세 상품으로 저금리 시대에 적합한데 고객들은 가입 10년 후 만기가 됐다고 혹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이유로 해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부의 양극화가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세금 부담은 계속 늘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과세 혜택까지 고려해 변액보험의 수익률을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다. 변액보험은 계약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해외상품에 투자하더라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박 회장은 특히 저금리 시대서 살아남기 위해 연금 내 투자형 상품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형 자산이 미국은 50%에 육박하는데 우리나라는 퇴직연금 230조원 가운데 11% 정도에 불과해 너무 아쉽다”며 “채권형에만 투자하려면 구태여 변액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 “현재 부동산 부자 10년 뒤 아닐 수 있다···자산 배분 필요”
박 회장은 마지막 영상을 통해 “부동산을 빚투로 무리하게 주택을 사는 것 보다 그 시간을 본인의 성장 가치에 쓰는게 낫다”며 부동산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박 회장은 “부동산은 혁신하지 않는다.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생산성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선진국에서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80% 육박하는 나라가 있느냐. 우리나라 구조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부동산 부자가 10년 후 아닐수도 있다. 저금리가 주는 부동산 영향은 거의 다 온 것 같다. 세금도 내려 올 확률이 거의 없다. 부동산에 많이 치중 된 가계 자산에 대한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안정적인 물류센터, 데이터 센터에 투자하는 상품의 성과가 더 나을 것”이라고 봤다.
박 회장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향후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선 서울 도심에 15~20평대의 아파트를 많이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부동산 급등은 한국의 불균형에서 시작됐다. 주택 공급도 문제가 있지만 서울의 분산이 우선돼야 하는데 좋은 학교와 병원이 다 서울에 있다보니 인구가 몰린것”이라며 “외국인 학교를 남해안, 동해안에 짓게 한다든지, 병원을 포함한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서 서울 쏠림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