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매출·매장수 점차 줄어들어···아시아 최대 규모 명동중앙점도 폐점
탑텐·스파오 등 유니클로 반사이익·홈웨어 등으로 반격···SPA 브랜드 지각변동 예고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일본 불매운동으로 한국에서 외형 확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유니클로가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이었던 명동중앙점은 지난 달로 폐점했고, 유니클로의 당초 목표였던 “2020년까지 매출 3조원 달성”도 실패했다. 유니클로와 달리 탑텐·스파오 등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전문점) 브랜드들은 꾸준히 성장하며 외형 확대에 나서고 있다.
1일 유니클로에 따르면 서울 명동에 위치한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인 명동중앙점 운영이 전날 종료됐다. 유니클로는 2011년 명동중앙점 오픈 당시 “2020년까지 300개의 매장을 열고, 매출 3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 자리 잡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한국 유니클로는 지난 2004년 한국의 롯데쇼핑과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이 공동 투자해 만들었다. 합작회사 이름은 에프알엘(FRL)코리아다. 롯데쇼핑이 49%, 패스트리테일링이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전 연령층에게 인기를 받아온 SPA 브랜드다. 다만 현재 유니클로는 몸집을 줄이고 있다. 유니클로 모기업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공개한 2021 회계연도(2020년 9월~11월)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한 유니클로 해외사업부는 매출액 2606억엔(한화 약 2조7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14억엔(한화 약 4370억원)으로 9.5% 증가해 흑자 전환했다.
이에 대해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한국의 매출은 감소했지만, 비효율 매장 폐쇄와 관리 비용이 개선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흑자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지난 2019년 적자 전환한 바 있고,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인 명동중앙점과 대표매장인 강남점을 폐점하는 등 점포수를 줄이고 있다. 이로써 2019년 말 190개에 달했던 전국 유니클로 매장은 현재 153개에 불과하다.
유니클로가 주춤한 사이, 한국 SPA 브랜드들은 지난해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업계에서는 국산 SPA 브랜드들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 한 해 4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랜드그룹의 스파오는 연매출 3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 인기에 힘입은 무신사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매출 1100억원 달성했다.
탑텐은 지난해만 성인용 매장 46개, 아동용 매장 69개 등 총 115개의 신규 점포를 열었다. 그 중에는 유니클로가 철수한 롯데마트 영통점(경기 수원), 경기 구리점, 전북 군산점, 홈플러스 작전점 등 10개가 포함돼 있다. 스파오도 대형 점포를 19개나 선보이는 등 눈에 띄는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국산 SPA 브랜드의 성장 비결은 가성비다. 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 등을 모두 도맡아 가격 대비 만족도를 높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기본적인 디자인에 편안한 캐주얼 의류, 홈웨어 등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탑텐의 주요 제품은 1만~2만원대로 유니클로보다도 저렴한 편이다. 스파오는 레깅스 등 40종으로 구성된 액티브 라인을, 탑텐은 요가·필라테스용 밸런스 라인을 새로 선보이며 래슬레저 라인업 강화에 힘쓰고 있다.
후발주자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추격도 위협적이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본격적으로 사업화한 2017년부터 냉감 의류, 발열 내의, 경량 패딩 등 유니클로의 히트상품에 대적하는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가성비에 국내 패션 온라인몰 1위 플랫폼 사업자의 장점까지 맞물려 크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성비를 더 깐깐하게 보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유니클로에 대한 일본 불매운동 현상이 거센 만큼, 국내 SPA 브랜드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니클로의 매출은 여전히 국내 SPA 브랜드보다도 높다. 또 일본 불매운동 영향에도 온라인을 통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고, 유니클로가 한정판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매장 앞에는 수백명이 모여들 정도로 오픈런 현상을 빚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유니클로 +J 컬렉션 출시 당시 매장 앞에 소비자들이 수백 미터의 줄을 서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바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가 예전만큼의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산 SPA 브랜드보다 매출에서 월등히 앞선다”면서 “국산 SPA 브랜드가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지가 향후 경쟁 구도 변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