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발표 이후 증권사별 가치추산 본격화
EV/EBITDA 방식 측정 유력
영업가치 56조~89조원 수준
신축년 코스피 3000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으로부터 시작된 IPO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상 시가총액이 수십조 단위인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투자자들의 기대가 한층 크다. <시사저널이코노미>는 연내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여개 알짜 기업(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윈스토어, 야놀자, 한화종합화학)의 현황과 전망, 핵심 이슈 등을 차례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본격화되면서 대표상장주관사인 KB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제시할 기업가치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를 최소 50조~최대 100조원으로 평가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 적정 기업가치 평가는 최대 2배 차이가 날 정도로 차이가 큰 편이다.
기업가치 평가에 주로 활용하는 기업가치(EV)/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나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해 LG에너지솔루션을 평가하면 상장과정에서 잡음이 비교적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교기업군(피어그룹)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다른 방식을 활용한다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 기업가치 어떻게 측정할까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실적을 별도 발표함에 따라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 산정을 본격화했다.
일반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비상장기업에 대한 평가는 EV를 EBITDA으로 나눈 EV/EBITDA를 활용하는 산정방식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상각전영업이익을 추정하고 비교기업군의 평균 EV/EBITDA를 곱해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상각전영업이익이란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을 뜻하는 것으로 영업이익에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더한 것이다.
감가상각비는 투자한 설비 등이 매년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가정해 그 하락분을 이익에서 차감한 것으로 실제 현금흐름이 아니고 회계상 수치다. 즉 상각전영업이익은 실제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에 좀 더 가까운 지표다.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기업 가치 평가에 대부분 EV/EBITDA 방식을 적용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12조3557억원, 영업이익 3883억원을 냈다. 전년대비 매출은 48%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4분기 매출은 4조1279억원, 영업이익은 1158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기반으로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신영증권 등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를 구하고 여기에 비영업용자산을 차감한 ‘영업가치’를 각각 제시했다. 신한금융투자가 89조4590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유안타증권이 56조4394억원으로 가장 낮았다.
영업가치에서 LG화학 우선주 시가총액과 LG에너지솔루션의 순차입금을 빼면 LG에너지솔루션 적정시가총액도 측정할 수 있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수치를 말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LG화학 총차입금은 지난달 기준 11조3522억원이고 현금성자산은 5조8500억원이다. 우선주 시가총액은 1조5346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물적분할했기에 우선주는 없고 LG화학이 가진 차입금과 현금성자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몫이 얼마냐가 변수다. 유안타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 순차입금으로 2조원을 제시했고 신한금융투자는 3조3700억원을 추정했다.
이를 근거로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 100조원 평가를 놓고 '이상적 수치'란 말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상장주관사 입찰에 참여한 증권사들 가운데 제시된 최대 기업가치는 90조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 고평가 논란 발생할 가능성도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를 산출할 수도 있다. PER이란 현재 주가를 분자로, 전체 당기순이익을 주식수로 나눈 ‘주당순이익(EPS)’을 분모로 해 구할 수 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장치기반 기업으로 감가상각비가 큰 편에 속하기에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PER을 적용할 경우 정확한 측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생산능력 대비 기업가치(EV/Capacity)나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EV/Sales) 등의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5년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생산능력 대비 기업가치와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적용할 경우 뒷말이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평가에도 당시 낯설었던 파이프라인당 기업가치(EV/Pipeline)란 방식을 적용해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지난해 상장했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반대로 PER이 아닌 EV/EBITDA를 적용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설비투자형 기업이 아닌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업가치를 EV/EBITDA를 활용해 산정한 것이 적절하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비교그룹 선정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상장주관사는 상장예비기업과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피어그룹)을 선정해 적정 기업가치와 공모가를 산출해내야 한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CATL, 파나소닉, 삼성SDI, SK이노베이션, BYD 등이 과점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피어그룹 후보군이다.
블룸버그자료를 살펴보면 EV/EBITDA 기준으로 중국업체인 CATL과 BYD는 고평가된 반면 SK이노베이션과 파나소닉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중국 기업들은 시장이 커 EV/EBITDA가 높은 반면 SK이노베이션과 파나소닉은 배터리 사업외에도 다른 사업들을 하고 있어 EV/EBITDA가 낮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이 비교기업으로 CATL과 BYD, 혹은 미국 전기차기업 테슬라만 넣고 SK이노베이션과 파나소닉을 제외한다면 고평가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