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3위 총수인 만큼 기업 입장 적극 대변해주길 바라는 기대감 높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균형감 있는 역할 주문도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사실상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가운데, 재계에선 벌써부터 그의 역할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크게 보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도사로서의 모습과 재계 대변인으로서의 역할로 나뉘는데 전혀 성격이 다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서울상공회의소는 상의회관에서 서울상의 회장단회의를 열어 최태원 회장을 차기 서울상공회의소 회장에 추대할 것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대 이유에 대해 서울상의는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 회장은 “추대에 감사 드린다”며 “상의와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 하겠다”고 밝혔다.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왔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최 회장이 대한상의를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선 일단 예상했다는 반응과 함께 최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우선 최 회장이 ESG 전도사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해 왔던 만큼,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되면 더욱 적극적으로 ESG경영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설파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SK가 야구단을 이마트에 매각한 것도 비인기 종목을 지원하겠다는 ESG 경영의 연장선상 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ESG 경영과 관련해 기업마다 다른 사정을 얼마나 고려할 것인지 여부가 최 회장에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부장은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SK와 달리 코로나19로 사정이 좋지 않은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도 상당수 있다”며 “대한상의 회장을 맡게 된다면 사정이 다른 각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해 모두를 아우르는 행보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재계에건 최 회장이 ‘재계 3위’ 그룹 총수라는 점에 주목하며, 재계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주길 바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고 또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총수에 걸맞게 더욱 적극적으로 기업 입장을 대변해 주길 바라는 시각이다. 특히 이익공유제,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등 최근 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와 관련해 제도를 추진하는 정부와 재계 사이 입장 차이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 단체 특성 상, 중소 및 중견기업들과 대기업 간 이해 상충이 생기는 부분과 관련해 최 회장이 어떤 식으로 교통정리를 할지 여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법이나 제도 도입과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필연적으로 이해관계가 서로 갈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4대 그룹 총수인 최 회장이 대기업들 입장만을 적극 대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양쪽 모두 아쉬움이나 소외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최 회장이 균형감을 잘 잡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선 차기 대한상의 회장은 현 정권과 더불어 다음 정권까지 복수의 정권을 상대하게 되는 만큼 고도의 정무적 감각이 필요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한편 최 회장이 회장직을 수락하게 되면 오는 23일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서울상의 회장으로 최종 선출되고, 다음달 24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대한상의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