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전고체 배터리 개발완료”···CATL·폭스콘 2024년 상용화 예고
2~3년 뒤쳐진 K배터리···가장 빠른 삼성SDI “2027년께 상용화될 것”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해당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대하다. 개발·상용화가 늦으면 뒤쳐질 것이란 위기감이 감돈다. 거듭된 치킨게임으로 일정수준 고착화된 배터리 업계 순위변화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등으로 구성된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해질이 있으며, 분리막이 이들을 섞이지 않게 가로막는 구조로 돼 있다. 리튬이온이 양극 사이를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기존 배터리는 이 전해질이 액체로 돼 있는데 반해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인 것을 일컫는다. 전고체 배터리는 분리막이 없다. 고체인 전해질이 양극과 음극을 분리시킬 뿐 아니라 이들을 감싼다.

전고체 배터리의 장점은 효율성·안전성을 동시에 제고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가 종종 폭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외부충격 등으로 전해질 누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부가 불안정해지면서 폭발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전해질 자체가 고체기 때문에 누액이 발생하지 않고, 외부 충격에 전해질이 훼손돼도 형태유지가 가능해 안전성을 자랑한다.

모델마다 차이가 있지만 시판 중인 전기차의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500km를 넘는 모델은 손에 꼽는다.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기존 배터리보다 효율이 좋아 10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 구매 시 고객들이 가장 우려하는 안전성과 주행능력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최근 토요타는 10분 내 완전충전이 가능하고 800km의 주행거리를 갖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알렸다. 올해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시험차량을 공개하고, 수년 내 양산할 것이며, 기술개량을 통해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순수전기차(EV)가 아닌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해왔다. 최근 혼다가 GM과 공동개발에 나선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다. 주요 일본 완성차 브랜드들의 EV모델 비중은 여전히 낮으며, 심지어 토요타 역시 마찬가지다. 별도의 플랫폼 개발은 물론, 기존 내연차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일본에서,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내놓자 글로벌 업계의 이목이 쏠린 것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왼쪽)와 전고체 배터리. /그래픽=삼성SDI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왼쪽)와 전고체 배터리. /그래픽=삼성SDI

최근엔 중국 업체들이 속속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머지않았다고 공헌하고 나서는 추세다. CATL과 공동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인 폭스콘은 2024년 양산에 돌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복수의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전고체를 포함한 다양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수년 내 완료돼 자사 전기차에 탑재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의 기술력도, 중국 업체들의 자신감도 해당 배터리가 실제 전기차에 탑재돼 양산까지 성공하기 전까지 개발이 완료됐다고 보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토요타가 전고체 배터리를 바탕으로 전기차 양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테슬라·폭스바겐 등을 위협하는 강자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 시사했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선점이 향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업체들엔 다소 우려감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다소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은 전고체 배터리에 관심을 내비치며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삼성SDI가 가장 속도를 내는 국내 기업이지만 2027년 이후에나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해 온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9년을 전후해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 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개발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을 공개하진 않았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이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의 파나소닉이 확고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을 대거 늘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4·5위까지 올라선 상태다. 한·중·일 3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를 보이는 상황에서 국내 빅3가 모두 5위권에 진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보다 뒤쳐졌을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지만, 배터리 분야는 절대 아니다”면서 “경쟁국의 기술력이 과장됐다고 해석하며 애써 스스로를 위안하기보다, 개발에 속도를 올려 이들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고체 등 배터리 신기술 대응이 늦어지면, K배터리의 위상도 허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