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연이어 출시···카드결제·할부금융 비즈니스 도입 시도
수익 다각화·부가서비스 개발 등 기대···“이용 확대 여부는 미지수”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KB국민카드의 중고 거래 시장 공략 움직임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 자동차 금융 시장 경쟁 과열 등으로 수익 다각화에 대한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민카드가 개인 간 중고 거래에 카드 결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시키기 위한 혁신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은 얼마 남아있지 않은 현금 결제 시장으로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안전결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카드사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카드 포인트 예치 방식의 ‘중고거래 결제 서비스 출시···중고차 직거래 플랫폼도 출시 예정
지난 19일 국민카드는 카드 결제 방식으로 중고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KB국민 중고거래 안심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번 서비스는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된 사업모델로 카드사 중 최초로 개인 간 중고 거래에 카드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민카드는 ▲네이버카페 중고나라 ▲중고나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유니크로(안전결제 시스템) 등과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휴된 플랫폼에서 구매자가 물품 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해당 금액 만큼 포인트가 충전되며 해당 포인트는 ‘안전결제(에스크로)’ 계정에 예치된다.
예치된 포인트는 구매자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중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기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상 신용카드 충전 포인트 등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을 타인에게 양도, 송금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한시적으로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구매자의 결제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는 방식의 ‘에스크로’는 은행권에서 이미 제공 중인 서비스지만 높은 수수료(3.5~4%) 등으로 인해 소액 거래에서는 자주 사용되지 않고 있다. 국민카드는 1.5% 이하의 낮은 수수료와 카드 결제의 편의성 등을 무기로 구매자들의 이용을 유인할 방침이다. 구매대금 지급 기간도 기존 서비스보다 3일 가량 단축돼 판매자의 불편함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카드는 올해 2분기 중으로 개인간 중고차 거래에 카드 결제를 활용할 수 있는 ‘중고차 개인간 직거래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 역시 지난해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사업 모델이다. 중고차 판매를 희망하는 개인에게 일회성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특례가 적용됐다.
현행법상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은 개인간 중고차 거래는 현금 거래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때문에 적지 않은 금액을 한 번에 준비해야하는 불편함들이 있었고 할부금융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국민카드의 직거래 플랫폼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주고 ▲차량 정보 원스톱 조회 ▲정비사 구매 동행 차량 점검 ▲자동차보험 가입 연계 등의 부가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중고 거래 규모 20조원 추산···“얼마 남지 않은 현금 거래 시장” 주목
혁심금융서비스를 통한 국민카드의 중고 거래 시장 진출 시도는 수익 다각화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경제 위기로 올해 예정된 카드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작업은 난항이 예상되며 지난해 카드업계 주요 수익원으로 떠올랐던 자동차금융 시장 역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신규 수익원 발굴에 대한 모든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카드는 중고 거래 시장을 대안 중 하나로 선정한 것이다.
실제로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고 거래 시장(중고차 제외)의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8년(4조원) 이후 12년만에 다섯 배 가량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중고차 시장의 규모 역시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중고 거래 시장은 아직 카드 결제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되지 않은 얼마 남지 않은 현금 거래 시장”이라며 “카드사가 새롭게 할부 금융 모델을 발전, 도입 시킬 수 있는 시장은 거의 없다고 보면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익원 창출뿐만 아니라 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만 국민카드의 새로운 시도들이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라며 “수입이 드러난다는 점 때문에 카드 결제가 가능해져도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본업을 강화하면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안전결제에 대한 수요, 할부금융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고 우리는 고객들의 선택지를 넓혀드리는 것”이라며 “거래에서 파생되는 중고차 관련 부가적인 서비스 등도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인 수익 향상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들을 유인하는 장기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