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지난해 다섯차례 자사주 매입
주가 회복세 ‘미미’···민영화 작업 개시 시점 불투명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그룹 수장이 다섯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힘썼던 우리금융이 새해에는 경영진을 필두로 자사주 매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과 국내 증시 호황에도 주가 회복세는 미미해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는 총 8만8127주로 4대 금융그룹(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중 자사주 매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2만1000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1만3580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6만5668주) 등과 비교하면 손 회장의 보유 규모가 단연 컸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에만 1월, 3월, 4월, 8월, 12월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지난 8일에는 우리금융 그룹사 경영진이 약 7만5000주의 우리금융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룹 경영에 대한 자신감과 최근 금융주 약세에 따른 보다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새해 첫 행보로 이번 자사주를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움직임에도 우리금융의 주가 부양 효과는 지지부진했다. 이날 종가 기준 우리금융의 주가는 9740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1만1050원)과 비교해 11.8% 떨어지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지난해 상반기부터 우리금융 지분 매각 작업에 돌입해 2022년까지 완전 민영화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급락했고 2020년 하반기로 매각 작업이 연기됐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중 우리금융의 주가는 6320원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부는 결국 지난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9000원 후반대로 주가를 회복했으나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에는 여전히 낮은 주가다.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 등 5개 금융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금의 우리금융을 출범시켰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예보)를 통해 우리금융 지분 17.25%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가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적정 주가는 1만3000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주가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올해도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 시도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그룹 수장과 경영진이 모두 나서서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에 나섰지만 효과가 미미했다”며 “투입된 공적자금을 고려하면 주가가 현재보다 더 올라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도 매각 개시가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서는 매각 여건에 급격한 개선이나 변화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기 어렵다”며 “금융위, 공적자금위원회와 함께 시장 추이를 관측하며 계속해서 매각 여건을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