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집단면역 구축되면 연말 상황 나아져”···엄중식 “11월 60% 접종 시 호전”
이재갑 “2~3년 지나야 국민들 겨울에 안심”···최대 변수는 ‘백신 접종’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국내에 코로나19가 상륙한 지 정확히 1년이 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완전 종식은 불가능하며, 일러야 올해 말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변수는 코로나 백신 접종이다.
2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04명 늘어 누적 7만3518명이다. 이날은 국내에 코로나 첫 환자가 나온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1년 동안 사망자는 1300명이다. 평균 치명률은 1.77%다.
국내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완전 종식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현재로선 일러야 올 연말 코로나 확산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같은 예상도 정부의 코로나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점을 전제조건으로 한 것이다. 국내 대표적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교수와 엄중식 교수, 이재갑 교수(가나다순)에게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종식의) 관건은 백신”이라고 정리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에게 코로나 예방백신을 제때 공급해 접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 계획대로 된다면 올 겨울 국민들이 편하게 마스크 없이 생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실상은 만만치 않다”며 “우선 접종 대상과 클리닉 등 결정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등 해외 제약사 백신 제품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화이자나 모더나 등 상대적으로 검증을 많이 받은 제약사 백신부터 접종하는 반면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로 출발할 예정”이라며 “선진국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부터 접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김 교수는 “오는 11월까지 5000만명 백신 접종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최소한 전 국민의 70%가량인 3600만명 정도를 접종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국민들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면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백신을 맞는 것을 보며 안전성을 확인한 후 접종하겠다는 국민들이 약 67%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정부가 잘못된 판단으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낮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계약한 탓에 백신 접종에 유보적 입장을 표명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김 교수가 수치를 통해 강조한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백신 접종 준비를 잘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30~40%가 백신을 접종해도 집단면역이 구축되고 마스크를 생활화하면 올해 말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식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국민들이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인식하는 시기를 올해 말로 예상한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정부 방역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완화되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잘못된 완화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급하게 하향 조정하거나 국민들에게 방역 메시지를 잘못 보내는 경우 등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중장기 전망의 변수는 백신 접종 진행 상황”이라며 “얼마나 신속하게 많은 국민들에게 백신을 접종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계획대로 오는 2월 백신 접종을 시작해도 상반기 내로 요양병원 입소자와 노령층, 의료진 등 1순위를 마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목표대로 오는 11월까지 전체 국민의 60% 이상을 접종하고,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없으며, 백신이 코로나 유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전제조건으로 하면 ‘상황이 호전된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하고, 국민들의 안심이나 안정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는 요지다. 엄 교수는 “이어 내년에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거의 회복되는’ 상황도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는 종식이란 단어를 쓸 수 없으며, 한국에 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인플루엔자처럼 코로나는 백신 접종으로 국민 공포가 줄고 다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접종의 보편화가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며 “치료제와 백신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적당치 않고, 동등한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즉 코로나 치료제가 효과적이고, 백신 접종이 더 많은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됐을 때 인플루엔자와 같은 수준으로 국민들이 코로나를 인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봄과 여름, 가을은 상대적으로 코로나가 위세를 떨치기 어렵지만, 겨울에는 활발하게 확산될 것”이라며 “매년 겨울을 기준으로 보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시점은 최소 2~3년 후로 전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인식하는 최대 변수는 백신 접종”이라며 “백신 접종은 정부 몫이지만 벌써부터 제기되는 접종 거부론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라며 국민들의 신중한 결정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