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건축 단지 빠지고 소규모 사업장 위주 컨설팅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공공재건축 개요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부가 2028년까지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공공재건축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8·4 주택공급 방안에 따르면 전체 13만2000가구 공급 중 절반 이상인 5만가구를 공공재건축을 통해 공급한다고 했을 정도로 가장 밀고 있는 사업방식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공급물량 증가를 통한 수익성 증대 홍보에도 불구하고 컨설팅 신청한 단지가 7곳으로 적은데, 이마저도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20일 공공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공공정비 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단지는 총 7곳이다. 정식 공모에 70개 사업장이 몰린 공공재개발과 대비를 이룬다. 컨설팅 참여 단지 및 구역은 ▲서초구 신반포19차 ▲중랑구 망우1구역 ▲광진구 중곡아파트 ▲영등포구 신길13구역 ▲관악구 미성건영 ▲용산구 강변·강서 등 중소규모 단지다. 강남권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 동대문구 청량리 미주아파트 등 대단지 아파트는 모두 빠졌다.

통합지원센터 측은 사전컨설팅 결과 7개 단지의 용적률과 가구수는 각각 기존 계획 대비 평균 96%포인트, 19%가 증가한다. 이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역시 기존 계획 대비 37% 줄어든다.

이와는 별개로 가상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도 공개됐다. 기존 용적률 300%하에서는 1410가구였던 공급 예정 물량은 용적률 500% 가정 시 2240가구까지 늘어난다. 용적률 300%에서는 11%(160가구)였던 기부채납분이 500% 적용 시 33%(730가구)까지 늘어나지만 일반분양분 역시 250가구에서 510가구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이에 따른 추정비례율도 기존 84.9%에서 112.1%로 27.2%포인트 상승한다. 비례율은 정비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뜻하는 지표로, 100%를 넘어설수록 사업성이 높다고 간주한다.

공급물량 증가로 봤을 땐 수익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강남권 대단지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공공재개발과 달리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없어서다. 특히 임대 물량 증가는 단지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표한다. 용적률 완화와 가구 수 증가 등 정부가 제시한 공공재건축 인센티브는 애초에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는 단지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이다.

밀도가 높을수록 주거환경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여기에 순수 민간사업인 재건축에 공공이 사업주체로 참여하는데 따른 거부감도 여전하다. 업계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4424가구),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3930가구),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1089가구) 등 주요 대단지들이 당초 사전컨설팅 의향을 내비쳤다 철회했던 것도 이 같은 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도 정부의 제안대로 용적률 증가분 5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공공주택 비율이 민간 재개발 단지(10~15%)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조합들이 선뜻 공공재건축을 택할리는 없다고 예상한다. 강남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의 욕구와 정부가 내건 인센티브와는 방향이 달라 애당초 조합의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분위기가 미온적이자 통합지원센터는 더욱 많은 단지들이 공공재건축 추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2월부터 공공재건축 2차 사전 컨설팅 공모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내건 수준의 인센티브 만으로는 기대했던 중장기적 사업성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 커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완화 등의 강한 인센티브 없이는 소유주들을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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